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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열전/레인콤 "아이리버 MP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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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열전/레인콤 "아이리버 MP3P"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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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디지털 음악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MP3는 1989년대 중반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발명했다. CD급의 음질을 유지하면서 크기는 10분의 1인 MP3의 장점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그 상업적 이용에 가장 성공한 이는 한국 기업들이다.1990년대 중반 국제표준기구(ISO)에 MP3 표준이 등장하자, 엠피맨닷컴 등 국내 벤처기업들이 MP3 플레이어 제품 특허를 줄줄이 얻었다. 세계 시장을 휩쓴 한국 MP3플레이어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중 절반은 레인콤의 MP3 플레이어 브랜드 아이리버(iRiver)의 몫이다. 99년 MP3 CD플레이어로 첫 등장한 이래 2001년 막대모양의 메모리형 MP3 플레이어로, 2003년 사각형의 하드드라이브형 제품으로 매 2년마다 진화했다.

아이리버의 매력은 독특한 디자인에 있다. 초기에 선보인 국산 MP3플레이어는 이전 세대의 유물과 다름이 없었다. 직사각형의 뭉툭한 모양에 복잡한 버튼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는 모습은 소니나 아이와에서 만든 미니카세트와 도저히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은 "우리가 만들어 놓고도 한숨이 나오는, 세계인의 감성과는 동떨어진 답답한 디자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대부분의 제품이 조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MP3 업체들은 외국회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먹고 살았다.

양 사장은 디자인에 살길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교포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뉴욕 이노 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을 찾아갔고, 이것이 성공의 분수령이 됐다.

이노디자인의 첫 작품 iFP-100은 MP3 플레이어 시장에 충격을 몰고 왔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프리즘 모양의 디자인은 최소화한 크기, 사용 편리성, 그리고 미적 관점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아이리버는 타제품보다 30%이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2000년 8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이듬해 534억원으로, 2002년에는 2,000억원 대로 뛰어올랐다. 현재 아이리버의 세계시장점유율은 30%대에 이른다.

후속작인 iFP-300은 미국에서 '크래프트'(Craft·사진)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선배의 뒤를 이어 2년째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제품으로는 현대자동차 '포니' 이후 미국 시장 최대의 히트작이 된 것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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