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 전통 영역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었으나 이제는 다들 격려해줍니다."'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연주로 현지인들을 열광시키는 한인들이 국내 공연을 위해 고국을 찾았다. 아르헨티나 이민교포인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선(오른쪽)씨와 유학생 피아니스트 정진희(왼쪽)씨.
1976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2000년 탱고듀오 '오리엔 탱고'를 결성한 후 아르헨티나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둘 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개성적이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탱고가 좋아 이 길로 나섰습니다."
그룹 결성 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공연을 열기 전만 해도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팔짱을 끼었던 것이 현지인들의 태도였다고 한다.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자신들의 탱고를 동양인이 연주하는 것에 대해 알게 모르게 거부감이 배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첫 공연은 기대이상의 성공작이었다. 탱고작곡의 대가 피아졸라의 곡들과 우리 민요로 프로그램을 꾸민 공연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던 것.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도중에 나가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피아졸라의 부인 라우라 에스칼라다 여사가 가장 먼저 기립 박수를 쳤다고 한다.
이후 오리엔 탱고는 동양의 정서가 담긴 개성적인 연주로 호평을 받아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공식 탱고 밴드로 지정돼 여러 무대에 출연했다. 이들은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송년음악회를 연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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