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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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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라

입력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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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 펀드매니저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대체 성과가 좋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말 휴가를 내 히말라야에 산다는 '신통한' 도사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고생 끝에 만난 그 도사는 기대대로 덥수룩한 수염에 깊은 눈을 가진 심오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펀드매니저는 찾아온 이유를 대고 투자 성과를 올리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도사는 단지 사원에 앉아서 일주일간 기도를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나타난 도사는 단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다. "BLASH!"펀드 매니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고민 고민하던 그에게 비행기가 뉴욕에 도착할 즈음 그 의미가 생각났다. 'Buy Low And Sell High'(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의 머리말이었던 것이다.

지수가 800대에서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연초 500대 초반이었던 때를 생각하면 이미 싸게 살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의 초보 투자자들과 극소수의 '도통한' 투자자들이 바로 이 Blash 투자 전략을 선호한다. 그러나 주가는 떨어질수록 비싸 보이고 올라갈수록 싸게 보이는 요물인지라 아무리 주가가 떨어져도 싸다고 느껴졌던 기억은 없다. 극소수의 도통한 투자자들 역시 쌀 때 산다는 느낌을 '깜깜한 밤 중에 절벽에서 한 발을 내딛는 기분'과 비교하며 대중의 흐름과는 거꾸로 행동하는 '컨트래리언(Contrarian) 투자'(逆張·역발상 투자 전략)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아니라 '죽을 정도로 쓰면 삼키고 꿀꺽 삼키고 싶을 정도로 달면 뱉어야 한다'는 것이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반면 상당수의 전문 투자자들은 'Buy High and Sell Higher'(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아라)가 더 나은 투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올라가는 시세에 들어가서 더 올라간 다음에 팔고 나오겠다는 것이다. '모멘텀(Momentum) 투자'(順張 투자 전략)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대조적인 전략 중 어느 것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상황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약세장에서는 컨트래리언이 유리하고 강세장에서는 모멘텀 전략이 유리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약세장에서 모멘텀 투자는 상투잡기가 되기 쉽고 강세장에서 컨트래리언은 계륵(鷄肋)과 같이 먹을 것 없는 저가주 종목 선호로 끝날 것이다. 지금이 강세장이라고 본다면 Blash에 대한 미련은 버릴 만도 하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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