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강수첩/"감추고 싶은" 발기부전 치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강수첩/"감추고 싶은" 발기부전 치료

입력
2003.12.22 00:00
0 0

비아그라에 이어 제2세대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얼마 전 국내에 상륙해 고개숙인 남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잠자리 능력이 남자의 능력이라는 낯뜨거운 얘기들이 서슴없이 얘기되는 요즘인 만큼 이들 약의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 문제는 이 같은 인기몰이를 틈타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흥업소 주변과 일부 성인용품점 등에서 가짜 약을 찾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다.하지만 이런 '짜가'들은 대부분 정품과 성분이 달라 복용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부작용으로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구토, 설사, 폐 손상을 겪게 되고, 심지어 가짜 약에 발암물질까지 검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해당 제약사들은 정품과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도안과 문구를 새로 만드는 등 머리를 짜내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레비트라를 포장한 박스의 내부에 '레비트라(Levitra)'라는 글자를 새겨 이를 기울였을 때 글자색깔이 녹색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화이자는 비아그라를 파란색 알약 형태로 25㎎, 50㎎, 100㎎ 등 3가지 박스 포장형으로 출시하고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병에 담겨져 유통되고 있는 것은 일단 진짜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렇게 가짜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 강화제'쯤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환자들이 의사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입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자 의사를 찾아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여자 약사에게서 약을 사는 것이 부끄러워 남자 약사만 있는 약국을 찾아 몇 시간씩 헤매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진다.

한 발기부전 환자는 "아내에게 발기부전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낯이 뜨거운데, 여자 약사 앞에서 스스로 발기부전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 때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발기부전 관련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학회인 한국남성과학회가 나섰다. 학회에서 환자들이 병력노출을 꺼려 병·의원에서도 치료제를 조제 및 투약할 수 있도록 한 정신질환, 에이즈 치료제처럼 발기부전 치료제도 '의약분업 예외규정'을 적용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것이다.

학회측은 유난히 '남성'에 집착하는 한국사회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니 보건복지부가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발기부전 치료제, 그것이 의미하는 시대상은 해방인가, 속박인가.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