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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3]<4> 이정재 금감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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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3]<4> 이정재 금감위장

입력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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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당국도 이젠 '관치(官治)'와 '방치(放置)'의 차이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LG카드의 유동성 위기사태로 금융시장의 혼란이 고조되던 11월 말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사진)이 간부회의 석상에서 한 말이다. 평소 스타일대로 완곡한 어법을 쓰긴 했지만, 나름대로 '관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뉘앙스였다. 시장의 실패 앞에 뒷짐만 질 게 아니라, 때론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카드문제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법은 때늦은 감이 있다. 카드부실은 이미 한국경제의 진로마저 위협할 만큼 거대한 시스템 불안요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올 3월 취임 이후 이 위원장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원칙은 '분권'과 '시장자율'이었다. SK분식회계의 여진(餘震)이 서서히 카드부실로 옮겨가던 취임 당시 그는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지원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며 새로운 금융감독의 시대를 예고했다. 이후 카드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관치도, 그렇다고 무책임한 방치도 아닌 독특한'이정재 방식'을 구사했다.

따지고 보면 카드부실은 이전 정부에 그 뿌리가 있다. 참여정부 들어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일 뿐이다. 불과 2∼3년 사이에 현금서비스 사용한도 폐지 등 무분별한 팽창정책에서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충격파가 바로 오늘의 카드부실 사태다. 그렇더라도 위기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카드 사태가 9개월만에 재발하게 한 감독 당국의 책임 또한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신용카드 정상화를 위한 3·17대책과 4·3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금감원은 "하반기엔 모든 신용카드사가 흑자 전환한다""88조원의 카드채 중 70%는 LG카드 등 우량3사가 발행한 것이라 문제없다"며 허황된 주술만 되풀이했다. 시장은 "더 이상의 카드지원은 없다"던 이 위원장의 말만 믿다 카드업계 1위 LG카드의 부도사태에 화들짝 놀라야 했다.

관치와 방치 사이에서 곡예 같은 줄타기를 하던 이 위원장의 변화 노력은 카드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는 수모로 이어졌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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