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충북 음성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조류독감이 6일만에 경북 경주와 전남 나주 등 전국으로 확산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독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입은 농가에서는 방역당국의 안일한 초기 대응이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농림부는 독감의 감염경로는 철새 접촉 사람에 의한 유입 수입 닭·오리를 통한 유입 등 세 갈래로 압축하고 있는데, 특히 철새 접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3가지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지만 정황상 청둥오리의 배설물을 통해 사육중인 오리가 감염된 뒤 닭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사람이나 수입 고기에 묻은 바이러스가 옮겨지려면 공기를 통해 전염돼야 하는데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상온에서 공기에 노출되면 바로 죽는다는 게 농림부 설명이다.
농림부 추정이 맞다면 조류 독감의 전국 확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감염원인 겨울철새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선의 방역대책은 조류독감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히 감염여부를 확인, 해당 농가와 주변지역 닭과 오리를 도축하는 사후적 방법뿐이다. 농림부 관계자도 "전국의 닭·오리 사육 농가에 야생조류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한편 바이러스 전염의 매개체인 닭이나 오리의 배설물을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청둥오리 등의 배설물을 수거해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 중인데, 검사 결과는 22일께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류독감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충북 음성 주민들은 늑장 신고와 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15일 조류독감이 최초 발생한 것으로 공식확인된 농가에서 실제 증세가 나타난 것은 열흘이나 전인 5일이다. 그러나 해당 농가의 뒤늦은 신고로 음성군은 12일에야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가축 이동을 제한했을 뿐이다.
현장에 제 때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방역 작업이 큰 차질을 빚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조류독감이 1997년 홍콩에서 인명을 앗아갔던 것과 같은 유형으로 밝혀지면서 공무원들은 물론 군부대까지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인력부족으로 방역작업이 늦어지면서 음성군은 17일부터 강제로 각 실·과와 면사무소 별로 차출하고, 인근 군부대에서는 20일부터 100여명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고 있으나 방역 작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당국의 계획대로라면 경계지역(발생농가에서 반경 10㎞이내)안의 30여 농가 오리 36만 마리가 도축 돼야 하는데도 21일 현재 12개 농가 8만여 마리만 처리됐다. 음성군 관계자는 "농가들이 살처분, 매립을 쉽게 동의해주지 않는데다 인력도 부족, 방역작업이 계획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음성=한덕동기자 ddhan@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