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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겨울잠을 자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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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겨울잠을 자는 나무들

입력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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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깊은 겨울잠 속으로 들어갔다. 잠을 자며 그들은 봄을 꿈꾼다.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것을 키울 찬란한 봄과 무성한 여름을 꿈꾼다.사람들은 겨울잠을 자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으로만 바라본다. 가장 부지런한 나무가 가장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꽃을 피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매화나무의 부지런함을 따라갈 나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게으르게 봄이 다 지나가는 4월 말이나 되어서야 겨우 잎을 내미는 나무가 있다. 다른 나무들은 다 꽃을 피우고 잎을 내미는데도 그는 죽은 듯이 감감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나무보다 더 긴 겨울잠 끝에 일어나 그때부터 부지런히 늦봄, 초여름, 한여름, 이렇게 일년에 세 번 꽃을 피우고, 그때마다 가지가 찢어지도록 많은 열매를 맺어 가을에 한꺼번에 익힌다.

다른 나무보다 게을러서 겨울잠을 길게 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기 위해 다른 나무보다 길고도 충실하게 겨울잠을 자는 이 나무가 바로 대추나무이다. 지금 겨울잠을 자듯 잠시 움츠리고 있는 그대, 어쩌면 그대가 대추나무일지도 모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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