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과 경기침체와 적자 확대 등의 여파로 은행과 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금융권에 외환위기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감축 태풍이 불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미 만 3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내년 1∼2월 차례로 흡수 합병되는 삼성캐피탈과 외환카드 역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21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 이미 15일부터 18일까지 1968년 12월 이전 출생자(만 35세 이상)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실시, 189명이 신청했다. 사실상 신입사원을 제외한 직원 1만6,000여명의 95%가 잠재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된 셈이다. 농협은 2000년과 2001년에도 명퇴 신청연령을 만 35세로 적용했으나 지난해에는 40세로 높였다. 이번 명퇴 신청자에게는 20개월치 평균임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대규모 명퇴 실시 소문이 돌았던 국민은행은 강제 명퇴 대신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최근 "명퇴를 실시하더라도 희망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할 것"이라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유휴인력을 야간 대출상담, 주말은행 업무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9월 흡수 합병한 국민카드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최악의 한해를 맞았던 카드와 할부금융사의 인력감축 규모는 은행권을 능가할 전망이다. 내년 1월말까지 삼성캐피탈을 흡수 합병키로 한 삼성카드도 통합작업 직후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합병의 이유 중 하나가 조직 통합 및 중복부문 제거에 따른 효율성 증대인 만큼 최소 30% 이상의 중복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2월에 외환은행에 흡수 합병되는 외환카드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외환카드의 경우 영업의 상당부분을 은행 지점이 대신해온 만큼 꼭 필요한 인력만 남겨두고 대폭 정리한다는 게 은행측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상품개발과 고객관리 부문을 제외한 외환카드 정규직원 660명의 절반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노춘헌 합병준비단장은 "외환카드의 유일한 생존대안은 합병 외에 있을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인력 재조정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 계약직을 포함해 전체 직원 8,0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을 줄인 LG카드 역시 내년 초 인수 금융기관으로 매각된 후 기존 50여개 영업점이 은행 지점으로 통폐합되기 때문에 또다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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