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내일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길 것인지 각자 생각해 보세요. 죽음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삶의 한 과정이에요. 죽음이 받쳐주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것입니다. 죽음이 싫으면 살 줄 알아야 해요. 사는 목적, 목표가 있어야 해요."법정(法頂·71) 스님이 무소유의 삶으로 돌아갔다. 스님은 2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길상사 회주(會主·법회 주관 승려)로서 마지막 정기 법회를 주관하고 길을 떠났다. 이날 법정 스님은 자신이 10년 째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 자리도 함께 내놓았다.
길상사 창건 6주년을 맞아 열린 법회에서 스님은 최근 잇따라 열반에 든 큰스님들의 입적을 실마리로 삼아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큰스님들이 입적하며 남기는 임종게와 다비식 뒤 수습하는 사리에 대해 스님은 임종게란 "직접 전하는 생의 마지막 한마디"이며, 사리란 "타고 남은 유골로 대단한 게 아니고, 죽어서 사리 남기면 큰스님이고, 사리 안 남기면 큰스님 못 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사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설파했다. 스님은 죽으면서 무슨 말을 남길 것인지 각자 정리해볼 것을 제안하면서 죽기 싫으면 사는 목적,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정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월간 소식지 12월 호에서 "지금까지 많은 법회와 30권에 이르는 책에서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 왔는데 정작 내 자신은 많은 말을 쏟았다"며 "앞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그 동안 사람들이 '회주'라고 부르는 것이 마치 '회장님'처럼 들려서 거북스러웠다"며 "지금 나이엔 화사한 봄꽃의 아름다움보다 늦가을에 피는 국화의 향기로움처럼 남고 싶다"고 말했다.
회주는 아니지만 앞으로 법정 스님은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길상사에서 법회를 열 예정이다. 스님은 1970년대 중반 서울 봉은사에서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으로 떠났다. 90년대 초 다시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떠났다가 96년부터 길상사 회주를 맡아 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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