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인류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인간의 도리이다. 특히 한국인의 심성 속에는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보은 정신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는 단지 전통적으로 내려온 유교적 권위에 의한 '순종의 효'로써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부모와 자녀가 따뜻한 사랑의 정을 나누는 우리 민족 고유의 '친애의 효'가 전제된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효 사상은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광복 후 한국이 서구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면서 전통적 가족 공동체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쇠퇴하였고, 이에 따라 효에 대한 관심과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는 결국 가족 질서의 붕괴와 가족 해체 현상을 촉발하여 이혼, 가출, 학대 등의 아노미적 현상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 가장 피해를 많이 겪는 것이 바로 노부모 세대이다. 이는 이들의 자살률이 어느 세대보다 높다는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노인인구 증가 추세를 보이며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현실적으로 노인복지 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효도법이다. 효도법의 내용은 효 장려, 효 교육, 부양강제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효 장려는 노부모 부양과 같은 존속의 효를 잘 행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효를 잘 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효 교육은 노부모에 대한 효를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을 통해 강화하여 인간성과 가족 공동체의 회복을 시도하는 교육이다. 또 부양 강제는 싱가포르 효도법에서 볼 수 있듯이 부모 부양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행하지 않는 자녀들에게 적절한 강제를 행하는 것이다.
한국적 문화전통을 감안한다면 노부모에 대한 복지제공에 있어 가장 현실적 대안은 효도법의 제정이다. 물론 효도법 제정이 노인복지에 대한 국가의 노력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적으로 가장 적합한 복지체계 속에 공적 부조와 사적 부조가 조화를 이루어 가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효도법의 제정은 한국적 효 정신을 되살려 부모들이 안전한 노후를 살게 하고 이를 통해 가족과 사회의 질서를 점진적으로 회복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이다.
박 철 호 성산효도대학원 대학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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