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보법(補法)이다. 보법이란 인체의 기혈이나 장부의 기능이 손상돼 음양의 평형이 깨졌을 때 약한 쪽을 보충해 주어 바로 잡아주는 치료법이다. 보약은 '보사(補瀉)의 원리'에 따라 처방된다. 보(補)라는 것은 모자라는 것을 채워준다는 뜻이고, 사(瀉)라는 것은 남아서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깎아내려 준다는 것이다.보약은 정신적·육체적 활동능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또한 생체 저항력을 높이고 노화과정을 지연시키며, 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잘 조절하도록 해 병이 호전되도록 한다. 보약은 쇠약해진 장기의 기능을 높여주고 일부 지나치게 높아진 기능은 눌러 정상으로 회복하도록 하는 조절작용도 한다.
감기나 편도선염 등과 같은 급성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비록 허증이 있다고 해도 병세의 경중을 살펴 보약을 쓸지, 치료약을 쓸지를 판단해야 한다. 소화기 계통이 좋지 못해 소화 및 흡수가 되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보약을 복용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소화력을 증진시키는 보약을 써야 한다.'간질환이 있으면 아예 보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지만, 보약 처방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약은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유지하면서 골고루 영양섭취를 하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하다. 한의사와 상담해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약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 가운데 모자라는 것을 보강해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남는 곳을 더해 준다면 몸의 평형을 더욱 어긋나게 해 병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체질을 무시하고 임의로 약을 복용하면 약을 먹지 않은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보약은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한의학 변증에 따라 기혈음양의 진단이 내려진 이후에 보기약(補氣藥), 보양약(補陽藥), 보혈약(補血藥), 보음약(補陰藥)을 처방해 복용할 수 있다. 보기약은 원기를 도와주는 약으로 기허증에 주로 쓴다. 보혈약은 우리 몸의 혈액을 보충해 주는 약이다. 따라서 혈허증에 주로 쓴다. 보음약은 신정(腎精)을 보하며 음을 자양하는 작용을 한다. 보양약은 양허증이나 허한증에 주로 쓴다.
일반인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보약인 십전대보탕은 기와 혈이 허해진 기허증과 혈허증이 동시에 나타날 때 쓰는 처방이다. 기허증을 대표하는 사군자탕과 혈허증을 대표하는 사물탕에 황기, 육계를 첨가한 처방으로 허약해진 몸을 보하는 데에는 옛부터 명처방 중의 명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십전대보탕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소화불량이나 두통 등을 일으킬 수도 있고, 몸이 더 나른해지고, 입이 마르고 머리가 맑지 않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잠이 오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한의사의 진찰을 받아 자신에게 알맞은 보약을 복용해야 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통령 한방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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