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성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는가.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전문가들은 삶의 질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히려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국립보건원 남정자 박사는 "전체 수명 중에서 질병이나 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은 10.3%, 여성은 16.3%로 아픈 상태로 생활하는 기간 역시 여성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말한다. 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건강수명은 63.3세, 여성은 65.4세로 질병 없이 살아가는 '건강 수명'에서도 남녀 차가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약국이나 중소병의원 보건소 이용률에서도 여성은 남성을 앞선다.삶의 질을 높이려면 - 단골의사를 정하자
포천중문의대 산부인과 조세현 교수(분당차병원 건강검진센터소장)는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초기 무증상인 상태에서 질병을 조기발견, 위험요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종 질병을 조기에 발견, 치료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우선적인 건강관리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주치의를 두는 것이다. 가정의학과나 내과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평생 건강관리를 받는 것이다. 단골의사는 나의 병력이나 건강상태는 물론 집안 식구들의 병력 등도 잘 파악하고 있어 좋고,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피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종합건강검진 비싼만큼 효과적인가
주치의 제도와 병행해 정기건강진단도 여성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수단이다. 무증상인 상태에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각 병원에 설치된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주치의가 권유하는 검사항목만 선별적으로 검사받는 것이다.
30∼40만원, 비싸게는 300∼400여 만원에 이르는 호화 종합검진의 효용성을 놓고선 의사들간에도 입장이 날카롭게 갈리는 상황이다. 허리가 아프거나 두통이 있는 여성이 종합검진을 받는 것은 해당 증세에 대한 검사만 받는 것보다 확실히 비경제적인 방법이다. 건강검진 패키지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만 운용되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하루 3∼4시간 투자해 몸 전체를 스크리닝 한다는 점에서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모든 병을 100% 잡아낼 수 있는 완벽한 검사법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전성훈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건강진단을 마다하는 것은 조기발견의 의미를 모르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처럼 위암이 흔한 경우엔 평소 소화가 잘 된다고 위검사를 무조건 마다하기보다는 만 40세가 넘으면 1∼3년에 한번쯤 위장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진에서 암 발견 확률을 보면 전교수 주장이 타당할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암으로 확진되는 수는 종합검진 수진자의 0.55%정도. 종합검진 수진자 200명중 1명에서 암이 발견되는 셈이다. 전교수는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국내 암 발생율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로, 건강검진에서 암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무슨 검사, 어떻게 받을까
검사항목을 수진자 스스로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단골의사와 상담을 통해,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을 차지하는 위협적인 질병 중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의사의 조언에 따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의사들은 유방암 위암 자궁암 간암 대장암 검사를 받으라고 제안할 것이며, 고혈압 당뇨 만성간질환 관상동맥질환 골다공증 뇌졸중 등 우리나라에서 흔한 만성 퇴행성 질환 검사도 추천할 것이다. 이외에도 중년 여성이라면 B형간염 빈혈 간기능 당뇨 콜레스테롤 소변 대변 흉부X선 갑상선기능 검사 등도 기본 검진 항목에 포함될 것이다.
건강진단 각 항목에 대해 얼마나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 수진자의 연령과 과거병력, 검진동기,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서는 정상 성인의 경우 30대는 3년에 한번, 40대는 2년에 한번 50대 이후부터는 1년에 한번 정도 검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여성에게 꼭 필요한 4대 검진
몸이 붓고 피부가 푸석해지고 이유 없이 땀이 흐르거나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등, 딱 꼬집어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여러 이상증세가 몸에서 나타난다면 갑상선에 병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 갑상선 질환은 다른 질병들도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 의사들조차도 지나쳐버리기 십상인 병이다. 또 가볍게 넘어졌는데도 엉덩이 골절을 경험했던 여성도 갑상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분비는 뼈도 약하게 만든다.
유방암 검진도 필수 항목이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1위. 90년대초까지만해도 매년 1,500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2002년부터는 약 8,000명의 여성이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있다. 폐경기이후 나이가 들수록 유방암에 잘 걸리는 서구 여성들에 비해 한국 여성들은 젊은 층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 유방암 검진은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좋다. 미국의 경우 20∼30대 유방암 빈도는 전체유방암의 5%에 지나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선 4배 이상 많다. 대한유방암학회에서는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증상이 전혀 없는 여성의 경우 35세 이후부터는 2∼3년에 한번씩 의사의 촉진을, 40세 이후에는 매년 유방촬영술(맘모그램)을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
골밀도검사도 필수 항목. 에스트로겐을 복용하지 않는 폐경여성이나 조기폐경여성, 골다공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과 운동부족, 마른 체격의 여성은 꼭 받는 것이 좋다.
20세이상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자궁암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조세현 교수는 "부인암은 실제는 암이 있는데도 정상이라고 판정되는 비율(위음성률)이 30∼40%나 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6개월 간격으로 검사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초음파 검사는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난소암 자궁근종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직계가족 중 암이나 만성병환자가 있다면
의사들은 특정질환을 가졌거나, 특정질환에 걸린 형제자매나 부모를 가진 사람들을 '고위험군'이라고 분류, 이런 여성들은 일반인보다 더 정밀한 검사를 더 일찍, 자주 받기를 권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간암. 바이러스성 만성간염 간경화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등 고위험군에 속하면 간암에 대한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직계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으므로, 일찍 유방암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흡연이나 비만 여성등은 동맥경화증의 고위험군에 속한다. 전교수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일수록 자신을 잘 아는 주치의를 두고 평생건강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주 yjsong@hk.co.kr
■질병예방 "첫단추·최후보루"
" 매년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왜 말기 암이 발견되지 않았을까요?" 중년 여성이 갑자기 체중이 많이 감소되어 병원을 찾았다가 검사 결과 췌장암 말기로 진단받았다.
안타깝지만 정기건강진단으로는 조기에 발견할 수 없는 병들이 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지 않아 정기 검진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다.
대장암의 경우 최근엔 많이 검사를 받고 있지만 위암 만큼 많지는 않아서 일반적인 검진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일반 정기검진에서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기는 어렵다. 또 현재 의학수준으로는 간단한 선별검사만으로는 발견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췌장암 담도암 뇌암 폐암 같은 것들로 초기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면 정기 건강진단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정기검진은 현재 여건에서 건강유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모두다는 아니지만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할 수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특히 암은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 건강진단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된다.
미래에는 새로운 질병의 조기 진단법이 발견되고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면 조기 진단과 조기치료와 근본적으로는 질병을 예방 할 수 있는 질병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성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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