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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지적/"외국자본, 은행지배율 30%… 경제성장동력 약화 초래 은행민영화 속도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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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지적/"외국자본, 은행지배율 30%… 경제성장동력 약화 초래 은행민영화 속도조절해야"

입력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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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펀드를 중심으로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지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현재 수준을 넘는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지배는 한국의 경제성장동력을 약화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이와 함께 외국자본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정부 주도 은행 민영화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입 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율(총자산 기준)은 30%로 2∼19%에 지나지 않는 아시아 각국과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와 체제전환 과정을 동시에 겪은 남미(30∼80%)와 동유럽(50∼90%)보다는 낮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외환 위기를 겪은 말레이시아(19%)와 태국(7%)은 물론 영국과 뉴질랜드를 뺀 대다수 서구 선진국(4∼19%)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또 국내 은행권의 외국인 지분율(직접투자와 주식시장을 통한 간접투자 포함)은 38.6%로 1998년 말 11.7%, 99년 말 20%, 2000년 말 25.3%, 2001년 말 24.5%, 2002년 말 24.9%에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들 외국자본이 인수한 은행들은 국내 경제성장 동력과 직결되는 기업 대출은 외면하고 손쉬운 가계 대출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제일, 외환, 한미 등 외국계 3개 은행의 총대출금 중 기업대출 비중은 9월말 현재 49.6%로 환란 당시인 98년 말 82.9%보다 무려 33.3%포인트나 감소한 반면 가계대출은 10.4%에서 45.6%로 35.2%포인트나 증가했다.

외국계는 또 회사채나 주식, 수익증권보다는 국공채, 통화안정채권 등 위험도가 낮은 유가증권 위주로 자산을 운용, 금융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외국계는 국공채와 통안채 등 이른바 '안전자산' 비중이 98년 말의 50.1%에서 9월말 현재 67.5%로 17.4%포인트 증가한 반면 회사채,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22.3%에서 17.4%로 4.9%포인트 줄었다.

한국은행 은행국 서영만 차장은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자본 육성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적자금의 회수를 위한 현재의 은행 민영화 계획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지분을 불가피하게 외국자본에 넘길 경우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과 국제업무 발전 가능성을 고려할 때 펀드보다는 은행계 외국자본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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