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臟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장기교환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전망이다. 최근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가 장기 이식용 무균돼지 복제에 성공하자 이 같은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사실 우리는 복제품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생활필수품을 비롯해 물품들의 복제품이 존재한다. 이런 복제품 덕에 자동차가 고장나도 주요 부품인 엔진, 변속기 등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일부가 고장 나거나 손상됐을 때 새로운 장기로 바꿔준다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지금도 화상을 입었을 때 피부를 키워서 이식한다든지, 간·신장 기능이 극도로 망가진 환자에게 새로운 장기를 이식하기도 한다. 또한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줄 정도로 의학이 발달했다.
'21세기 불로초' 복제 장기
의술이 고도로 발달해도 암, 성인병 등 난치병은 아직 정복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들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 치료, 세포 치료, 이종(異種) 장기이식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질환부위를 새로운 세포나 조직으로 대체하는 장기이식.
인간 심장이식이 1964년 처음 시도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심장, 간, 신장 등의 장기이식이 활발해져 매년 1,700여건의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 공급은 뇌사자나 교통사고 환자 등의 자발적 기증에 의해서만 이뤄져 이식에 필요한 장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8만명 정도가 심장과 신장, 폐, 간 등 장기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매년 5,000명 이상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 또한 공여 장기 부족으로 인해 일부 나라에서는 장기 밀매가 성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여 장기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종 장기이식'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10년 전부터 인공장기 생산용 형질 전환돼지가 개발 중이다. 형질 전환돼지가 만든 인공장기는 2015년경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왜 복제 돼지인가?
왜 돼지를 인공장기용으로 개발하려고 할까? 우선 돼지는 장기의 크기가 사람의 것과 비슷한데다 임신기간이 짧고 어미 돼지 한 마리가 한번에 10여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장기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거의 무균 상태로 돼지를 키울 수 있어 장기이식시 발생할 수 있는 병균의 전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공장기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돼지의 개발은 '동물 복제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장기는 인간의 장기를 돼지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되 이식면역 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 조작된 돼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동물복제가 희망
기존 동물 장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물과 인간의 면역체계가 달라 동물 장기를 인간 몸에 그대로 이식하면 면역이식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역이식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기능을 없애거나 면역관련 단백질들을 '인간화'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면역거부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복제동물을 통해 인체 장기를 대신하는 이종 장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로 바꿔 복제한 뒤 필요한 장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0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5마리의 복제 돼지가 처음 태어났으며, 2001년 9월에는 미국 미주리대학 연구팀이 이식거부 반응 관련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 돼지를 생산했고,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은 최근 인간의 면역관련 유전자를 돼지 DNA에 끼워 넣어 돼지 심장이나 간을 사람 몸에 이식하더라도 거부 반응이 없는 장기 이식용 돼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돼지 복제로 인간 장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은 이종 장기이식 후 수분 내지 수시간 내에 사망하게 되는 '초급성 이식거부 반응'을 해결하는 것. 이를 위해 인간에게 치명적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유전자를 제거한 뒤 인간의 장기처럼 정상적으로 면역기능을 할 수 있는 관련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최근 개발된 동물복제기술은 이런 돼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하지만 초급성 이식거부 반응을 해결해도 이식된 장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장기기능을 발휘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동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경광 선임연구부장, 한용만 발생분화연구실장>도움말=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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