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성호(22·가명)씨는 최근 카메라폰 고장 수리를 맡겼다 민망한 꼴을 당했다. 깔끔하게 고쳐진 카메라폰과 함께 전달 받은 디스켓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찍었던 '은밀한'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사진이 지워질까 백업해 준 정성은 고맙지만, 누군가 이 사진을 봤다고 생각하니 몹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최근 카메라폰, 디지털카메라등 소형 정보기술(IT) 기기가 생활 깊숙이 파고 들면서 이들을 통한 사생활 정보의 유출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누출된 영상이나 전화번호는 인터넷 상에서 떠돌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카메라폰의 경우 분실과 수리시 내부 메모리에 저장된 개인 사진과 전화번호부 등이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분실 신고는 휴대폰 착·발신만 막을 뿐, 사진 앨범이나 전화번호 열람 기능을 막지는 못한다"며 "휴대폰을 습득한 사람이 저장된 사진 및 착·발신내역, 전화번호부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리시 기능 점검과 데이터 교환을 위해 쓰이는 'PC링크' 소프트웨어로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디스켓에 카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수리 기사에게는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모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보급율이 급속히 높아진 디카도 마찬가지다. 일부 카메라폰은 비밀번호 기능을 내장해 분실 시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지만, 디카는 이처럼 기본적인 정보 보호 능력조차 없다. 최근 동료연예인 A군과의 열애설이 나돈 여성가수 B양의 경우, 열애설의 진원지였던 문제의 사진은 디지털카메라를 남에게 빌려주는 과정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 같은 과정에서 누설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인들의 전화번호와 일상 생활의 모습이 그대로 공개되고 있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뒤늦게 위험성을 알아 챈 제조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수리기사에게 철저히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하고 있다"며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푸스한국은 "이미 유사한 지적이 있어 비밀번호 및 사진 암호화 기능을 탑재한 디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개인의 보안 의식 향상이 급선무"라며 "제품 수리를 맡길 때에는 저장된 정보를 백업 후 삭제하고, 중요한 개인 정보는 따로 관리하는 수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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