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옌지(延吉)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조선족들로 가득했습니다. 옌볜(延邊)이 내려다보이자 아직 비행기가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짐을 챙기느라 분주해졌습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조급함과 아쉬움 같은 것이 뒤섞여 있었는데, 은빛과 잿빛이 섞인 조금쯤 음울하고 몽환적인 옌볜의 풍경처럼 무언가 파악하기 힘든 낯빛들이었습니다.옌지에서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중학교 조선어 선생님인 그녀는 3년 째 남편과 헤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파주의 한 인쇄소에서 일을 하는데 곧 옌지로 돌아와야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다지요. 옌지에는 그녀처럼 남편이나 아내 없이 지내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만날수 있습니다.
옌볜에 살고 있는 조선족의 인구가 75%까지 준 데는 산아제한도 있었지만 가족을 남기고 한국으로 떠난 이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녀야 그런대로 견디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모양입니다. 기다림에 지친 아내가 바람이 나기도 하고, 돈을 많이 벌어온 이가 가족을 버리기도 하지요. 가족에게 돌아왔다가도 또 다시 한국으로 가고 싶어하지요.
한국으로 일을 하러 떠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옌지역에서 출발합니다. 옌지역에서 베이징(北京)으로, 톈진(天津)으로, 칭다오(靑島)로 가서 한국으로 들어가지요. 그녀는 옌지역이 울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대와 꿈으로 웃고 있어야 할 옌지역이 울고 있다니요. 만남과 헤어짐, 마중과 배웅의 역인 그곳은 이제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가족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마주친 조선족들의 낯빛처럼 옌지역은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천 운 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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