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구여상 단짝 신미화, 오길자, 연정식은 보아라.사진첩을 뒤적이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1968년 겨울에 교정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그 시절의 추억이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히 떠오르는구나(사진). 우리는 교정에 수북이 쌓인 눈을 툭툭 털며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대곤 했지. 이제 너희들은 50대 중반이 돼 사위, 며느리, 손주를 보았겠구나.
우리 학교에는 예천, 전주, 상주 등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많았지. 어떻게든 공부를 해보겠다고, 그래서 당시 인기 직장이던 은행에 취직하겠다고 나름대로 큰 꿈을 갖고 있었지. 가난한 지방 여학생이 낯설고 물설은 서울에 올라와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지…. 꽁꽁 얼어붙은 도시락을 석유난로에 놓아 데우고 방구석이 식으면 꺼진 연탄을 다시 피우던 생각이 아련하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주판을 굴려보고 부기를 작성해보고, 붓글씨 연습을 했지. 버스비가 아까워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기 일쑤였고….
모든 게 풍족해진 요즘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구나. 우린 그렇게 해서라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감사하게 여겼지.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동구여상 동창들과 소식을 주고 받고 있단다. 그런데 너희 세 사람은 연락이 되지 않는구나. 그리운 미화, 길자, 정식아, 이 글을 읽으면 꼭 연락해다오. 그래서 10대의 아련한 추억을 회고하며 수다를 떨어보자꾸나.
/국남운·서울 중구 을지로6가 평화시장 2층 가 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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