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창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데 필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정치개혁의 성공은 어떻게 시스템을 바꿔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것이다.
즉, 기업과 정치의 유착의 고리를 끊는 가운데 정치인들은 양심에 따라서 정치를 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궁극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름없다.
미봉적인 변화가 아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아주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하지 않은가 한다. 즉,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라서 장차 우리나라의 정치풍토를 바꿔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유치원 때의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 베스트셀러였던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서 저자 로버트 풀검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이란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는 것이다."
그는 유치원에서 배운 기본 원칙들을 열거한다. 여기에는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아라,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말아라,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치워라 등등의 16가지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배울 수 있는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보이는 원칙들이 실천적으로 지켜짐으로써 이 세상이 올바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이렇게 간단한 원칙들이 현실세계에서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원칙은 대부분 신의와 성실을 근간으로 하는 양심적 행동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양심은 늘상 곁에 존재하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의 지속적인 교육과 실천을 통해서만 연마되는 그 무엇이다. '차탈레 부인의 사랑'의 저자인 D. H. 로렌스는 "양심은 콧수염처럼 나이에 따라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양심을 얻으려면 자기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다시 말하자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양심적인 정치인을 많이 길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몸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아이를 안 낳거나 낳더라도 1자녀만을 고집하는 경향(2002년 신생아는 50만명 미만)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어서 어린이 교육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더 중요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점차 줄어드는 아이들이 우리의 새로운 시스템을 맡게 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치원이나 유아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마저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능력개발 위주의 교육에 집중하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원칙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져 온 듯 하다.
정치 시스템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인성교육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점검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재 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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