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에 대한 법무부의 2차 단속이 끝나는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1동 '조선족 타운' 가리봉시장 입구. 지역 상인 100여명의 표정에는 근심과 울분이 가득했다. 2차 합동단속이 이날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간 계속된 1, 2차 합동단속으로 재중동포들 사이에 이미 '가리봉 시장'은 '죽음의 시장'으로 인식돼버려 이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단속 전 하루 평균 이 지역 매출액은 4억원가량. 그러나 단속 후 매출이 3,000여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대다수 상인들은 "생계를 꾸려갈 수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6월까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측이 4개 반을 동원, 이 일대에서 불법 체류자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어서 상인들은 극단적인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생각이다.
시장 입구에서 B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1,000여개 가리봉시장 일대 상인들 가운데 이미 10분의 1 이상이 가게문을 닫았다"며 "합법 체류자도 많은 가리봉시장 일대를 왜 집중단속하느냐"며 분개했다. 가리봉상인협회 회장인 김용인(51)씨도 "상인연합회가 생긴 지 20년 만의 최대 위기"라며 "집중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문화춘 조사3과장은 "재중동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가리봉시장이 집중단속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국성교회 최황규(40) 목사는 "지역상인도 살리고 법무부의 강제출국 단속도 함께 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조선족교회는 이날 오후 재중동포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족이산을 반대하는 눈물의 호소집회'를 열었다. 동포1세 자격으로 부모님들이 한국국적을 취득해 경기 성남시에서 살고 있지만, 강제출국 당할 처지에 놓여 있는 중국 지린성(吉林) 출신 이모(28·체류 7년)씨는 "단속이 너무 무서워 집 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며 "강제출국 당하면 영원히 부모님들과 볼 수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조선족교회측은 중국 정부가 입국 재중동포들의 재출국을 유예한다는 정보를 입수, 재중동포들의 연내 귀국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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