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엄격한 '증거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각종 뇌물사건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려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서울지법 형사20단독 함종식 판사는 19일 2000년 4·13 총선 직전 민주당 길승흠 전 의원으로부터 영수증을 떼어주지 않은 채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장재식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을 비롯,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진승현 게이트' 부분)과 이부영 의원, 김중위 전 의원, 문병권 중랑구청장, 박용운 전 옥천경찰서장 등이 최근 6개월간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김재기 관광협회장 등 월드컵 휘장 사업권 로비 의혹 사건 관련자들의 경우, CPP코리아 대표 김모씨로부터의 금품수수 혐의는 모두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은 "공여자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금품수수 가능성도 있어 보이나 유일한 직접 증거인 길 전 의원 진술이 정황상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장 의원의 판결문 내용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이 공여자의 진술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가 현장을 목격하는 등 입증이 가능한 사건에 대해서만 기소를 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갈수록 지능화, 치밀화하고 있는 뇌물 범죄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원 관계자는 "확신할 만한 증거가 없으면 무죄를 선고하는 게 형사법상의 대원칙이며 일부 사건의 경우 '부실수사'의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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