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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프랑스 불교인의 "행복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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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프랑스 불교인의 "행복을 위한 변론"

입력
200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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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250여 개의 불교협회와 센터가 있다. 약 30만 명이 아시아 불교 신도들이다. 프랑스 신도들 중 15만 명이 티베트 불교에 속해 전체 프랑스 불교인들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100여 곳의 티베트 불교 센터에서 티베트 승려들과 함께 수행한다.프랑스에서 티베트 불교의 이같은 성공은 티베트의 정치적,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월 초 그의 설법회가 파리에서 1주일 동안 열렸을 때, 프랑스 곳곳에서 몰려든 인파들이 1만여 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스타디움을 매일 가득 채웠다. 필자도 3만 원이 넘는 하루 입장표를 1주일 전에 예약해서 처음으로 달라이 라마의 설법을 멀리서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날의 주제인 '행복의 기술'은 1999년 불어로 번역된 달라이 라마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의 통역자이며 티베트 불교서 번역가, 저술가로 티베트 불교 사절(使節)인 마티유 리카르의 '행복을 위한 변론'은 출판 후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 시작해서 현재 두 달만에 10위권에 들었다. 이 책은 서양인들이 티베트 불교, 나아가 불교에 귀의하는 동기가 행복에의 갈망임을 다시 확인시겨 주는 책이다.

마티유 리카르는 공산주의를 반대한 자유주의 철학자이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인 그의 아버지 장 프랑스와 르벨과의 대담 형식으로 쓰인 '승려와 철학자'로 한국에도 알려져 있다. 노벨상을 받은 프랑스와 자콥의 제자로 생물학 국가박사를 획득했지만 불현듯 세계적 과학자의 길을 접고, 26세에 티베트 불교에 심취해 히말라야에 정착했다. 그는 서양 과학의 정상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승려와 철학자'에서 털어놨다. 티베트어를 배우고 불경을 공부하여 승려가 된 그는 네팔의 한 수도원에서 머물고 있다.

'행복을 위한 변론'은 쾌락과 행복의 차이를 구별하고, 행복에의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임을 상기시킨다. 부, 명예, 우정 등을 추구할지라도 이것들은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행복에의 욕망과 그 실현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해서, 인간들은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을 쫓게 된다. 이유는 행복을 우리의 밖에서 찾기 때문이다. 욕망은 끝이 없고 세상은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이란 내면적인 현상으로서 정신의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균형의 상태임을 불교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한편 이러한 행복론은 적지않은 반대파를 만나고 있다. 작가이며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너는 '끊임없는 행복감'이란 조롱 섞인 제목의 저서를 통해 자유, 사랑, 정의 등 행복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으며, 개인의 지속적인 내적 행복감의 추구는 체념을 부추기고 불의를 묵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교인이 점점 늘어가는 프랑스에서 동서양의 삶의 가치관에 대한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조혜영 재불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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