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은 미군 신문 과정에서 아직 대통령 지위에 있으며 앞으로 재집권할 것이라고 큰소리 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뉴욕 포스트는 18일 중앙정보국(CIA) 소식통을 인용해 후세인이 조사관들에게 자신이 결코 미군에 항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말로를 걷고 있다"고 표현했다. 고립무원의 절망적인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병적인 자기중심적 태도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이는 모든 독재자의 공통된 특성이라는 얘기다.
후세인은 자존심을 구기지 않으려는 듯 때때로 조사관과 보초의 지시를 거스르는가 하면 범죄 사실을 추궁당할 때는 황당한 듯하면서도 나름대로 그럴 듯한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일례로 조사관들이 일어서라고 하면 "나는 앉고 싶다. 내가 이라크 대통령인데 당신은 당신네 나라 대통령도 이렇게 대하느냐"고 대항하면서 대통령에 걸맞은 예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조사관들이 기를 꺾으려고 후세인 생포 후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 주자 "내가 선거에 다시 나서면 압도적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화학무기로 쿠르드족을 학살한 데 대해서는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이 저지른 것"이라고 발뺌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예비역 대령 패트릭 랭은 "그는 여전히 과거 자신이 지녔던 권위 속에서 살고 있으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극진히 모셨던 시절을 끊임없이 되뇌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 제럴드 포스트 교수는 "진흙탕 같은 빈민 가정에서 태어난 후세인은 가장 영예로운 자리에 오른 뒤 결국 진흙탕보다 못한 진흙탕 밑의 토굴에서 생포됐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좌절된 자아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교수는 "그는 산산조각난 자존심을 되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굉장히 신경 쓸 것"이라며 "보스니아 내전 전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후세인이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진술하고 있는지 등 미국이 곤혹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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