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이 겨울로 바뀐 지 오래됐다. 1년 중 신간 발행 종수가 가장 많고 책 판매량이 급증하는 때가 바로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이다. 성탄절과 연말연시 선물, 대입논술고사 대비도 서점을 찾게 하는 요인이다. 교보문고 관계자에 따르면 한달 평균 6,000종 정도의 신간이 들어오지만 이때는 1,000종 정도가 더 많다고 한다. 신문사에 도착하는 책도 30∼40% 늘어 200종 가까이 이른다. 출판담당기자 주변은 책으로 둘러 쌓여 한눈을 팔다간 책에 파묻힐 정도다.이처럼 책이 밀려들 때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힘겨운 노동이다. 종이 값을 못하는 책도 있지만 눈길을 끄는 책도 많기 때문이다. 출판팀은 1차로 고른 책을 몇 사람이 나눠 검토한 후 이튿날 다시 논의해 기사 크기를 결정한다. 이번 주에는 섹션 1면 머릿기사를 두고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에 일본군이 숨긴 보물창고를 추적한 '야마시타 골드', 1918년 전세계에서 최소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 바이러스를 다룬 '독감', 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들을 분석한 '책과 혁명', 실크로드 1만2,000㎞를 도보로 여행한 기록 '나는 걷는다' 등이 경합했다. '야마시타 골드'와 '나는 걷는다'는 흥미, '독감'은 시의성, '책과 혁명'은 책의 비중과 지명도에서 강점을 지녔다. 결국 '독감'과 '야마시타 골드'를 나란히 맨 앞에 세웠다.
기사 크기 결정도 어렵지만 골라놓은 책의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힘들다. 지면에 소개될 수 있는 신간은 겨우 30종에 불과하다. 그것도 간략한 정보만을 담은 '새책'을 포함한 숫자이다. 다른 때 같으면 번듯하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책도 이번에는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IMF 위기' 때보다 책이 팔리지 않았다는 올해지만 그래도 연말 도서시장은 어느 때보다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동과 정보, 새해 설계의 지혜가 담긴 책을 골라 선물해 보자. 연말 연시에 책 권하는 사회를 보고 싶다.
/최진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