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때 보내주신 국민들의 성원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습니다."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홍명보장학회 사무실. 홍명보(34·LA갤럭시)의 휴대전화에서 연신 벨이 울렸다. 21일 오후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홍명보 소아암 어린이돕기 자선경기' 관련 문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행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에게서 지난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붉은 전사'의 모습 대신 '자선 사업가'의 면모가 물씬 풍겨 나왔다.
'사랑의 자선' 더 바빠요
홍명보가 유니폼을 잠시 벗고 사랑의 자선에 몸을 던지고 있다. 8일 입국한 홍명보는 바로 다음날부터 TV 출연, 유소년 장학금 전달식, '아름다운 가게' 개점행사에 이어 보육원을 찾느라 월드컵 때 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홍명보는 "모두 의미 있는 일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자선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대회에 온 정성을 쏟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행사의 직접적인 '동인'은 홍명보가 미국에서 우연히 본 한국방송의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소아암에 걸린 갓난 아이를 키우는 한국 가정의 어려운 형편이 홍명보의 마음을 움직인 것.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게 됐지요."
자선 경기에는 홍명보를 비롯,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이운재 황선홍 등이 포진한 '사랑팀'과 K리그 올스타 이관우 신태용 등으로 구성된 '희망팀'이 출전, 선의의 대결을 펼친다. 수익금은 전액 소아암협회에 기탁해 소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치료비로 쓰이게 된다.
97년 장학회로 자선사업 시작
홍명보가 자선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일본 J리그에 진출할 당시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00만원을 출연해 홍명보장학회를 만들어 2001년까지 포항지역 유소년 등을 지원해 온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에 힘입어 아예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고 몇몇 기업에서 기부금을 보태 현재 자본금이 10억원에 이르는 등 어엿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지난 3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합숙소 화재사건(9명 사망)이 가장 마음 아팠다"는 홍명보는 6월 천안초등학교 선수 2명을 미국으로 초청, 위로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 30명, 올해 40명의 어린이들에게 각 10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홍명보는 18일 윤정환, 김병지, 이관우 등 후배 선수들과 함께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병원을 찾았다. "머리칼 한 올 남지않은 머리, 답답한 무균실, 수혈 받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어린이들이 무척 안쓰러웠어요." 홍명보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가 단지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에 의미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벨이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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