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지난해 사용한 대선자금의 전체 규모에 대해 '350억∼400억원'을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총액에서 밝힌 선관위 신고액수 260억∼280억원을 뺀 나머지 70억∼140억원의 불법 여부 등 자금의 성격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나중에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350억∼400억원은 정당활동비를 포함할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7월 노 대통령 진영에서 밝힌 대선 때 총 지출 규모는 정동활동비를 포함, 361억여원이었기 때문에 이런 해명대로라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울 게 없는 싱거운 '동어반복'이다. 노 대통령이 굳이 400억원을 언급한 것은 40억원 정도의 불법자금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여유를 둔 것인데 이 또한 현재까지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노 대통령은 전날 충북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도 "아무리 더하고, 더해도 수백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 노 대통령이 상당히 많은 자료와 정보를 갖고 대선자금을 추산한 결과 400억원이 넘지 않으며, 이 가운데 불법자금도 4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해명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이미 지난 7월 발표된 정당활동비는 81억여원인데, 이 액수도 선관위에 신고된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를 '신고된 대선자금'에서는 빼버리고 260억∼280억원이라고 말한 뒤, 다시 전체 대선자금 총액에서는 합해 계산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청와대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70억∼140억원의 차액에는 불법자금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이처럼 불법자금 규모를 한정한 것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불법 자금의 규모는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규정할 사안이 아니고 특검의 수사까지 기다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검찰수사에 앞질러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하다가 돌연 전체 규모를 언급한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앞으로 '재신임' 정국을 효과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충격완화용 포석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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