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제품의 주요 소재인 평면액정화면(LCD)과 플래시메모리 품귀 사태가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품 공급 부족으로 영상표시장치(디스플레이) 업체들과 MP3플레이어 업체들의 경영난이 우려된다.모니터와 디지털TV를 생산하는 M전자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LCD 공급이 끊겨 제품 생산을 사실상 멈추고 있다. 연간 200억원대의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판매해온 이 회사는 부품 공급이 연내에 재개되지 못하면 당장 일본쪽 거래선과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15억원대의 손해를 보게 될 형편이다.
M전자 관계자는 "부품 제조사 측에서는 대형 업체의 수요부터 맞춰주고 있어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정이 나은 업체들은 미리 부품을 사재기하기도 한다. 같은 업종의 이레전자는 지난달 부품 확보를 위해 현금 80억원을 들여 한달치 LCD 물량을 미리 구매해 놓았다. 이 회사 정문식 사장은 "바이어들이 원하는 납기를 맞추려면 어떨 수 없다"며 "이것마저도 안심할 수는 없는 물량"이라고 걱정했다.
공급 부족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LCD 패널 가격은 상반기에 비해 평균 30% 정도 올랐다. 재료비가 올라가도 완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다 최근에는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출 채산성이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플래시메모리를 핵심 부품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내 MP3플레이어 업계의 어려움은 더하다. 일부 대형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규모 업체들은 원하는 물량의 30∼40%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MP3업체 A사 관계자는 "최근 70만달러 어치의 MP3 플레이어 주문을 받고도 플래시메모리 부품이 부족해 수출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메모리 생산업체와의 직접 거래를 포기하고 도매상을 통해 부품을 구하고 있지만 유통마진이 너무 높아 대량 구매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반면 대만 중소기업들은 공동구매 제도를 통해 대량 주문을 내기 때문에 부품 수급 사정이 훨씬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관련부처가 시급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대만에 시장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LCD와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전체 수요량의 60%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공급량 확대가 불가능해 부족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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