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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아기 천사 누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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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아기 천사 누가에게…

입력
200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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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야.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구나. 너를 돌보던 보육사 언니란다. 기억하겠니?누가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우리 보육시설에 들어오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구나. 위로 치켜 올라간 눈꼬리, 양쪽 눈시울 사이로 보이는 군살주름(몽골주름)…. 넌 전형적인 다운 증후군 증세를 보이고 있었지.

게다가 누가는 심장이 아주 약했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산소통을 끼고 살아야 했지. 이제 막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네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지…. 언니는 마음이 아팠단다. 네가 위급해져서 병원 중환자실에서 3일 동안 사경을 헤맬 때 언니는 안절부절못했단다. 너는 하도 울다가 지쳤는지 나중에는 조용해지더구나.

몸 구석구석에 이런저런 장치를 붙이고 곤히 잠에 빠진 누가를 보면서 언니는 하느님께 간절히 빌었단다. 누가를 살려달라고, 누가는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이야. 언니가 노래를 불러줘도 너는 앉을 생각도 안하고 계속 누워있으면서 곤히 잠만 잤지. 잠자는 아이의 모습처럼 귀여운 것이 또 있을까. 나는 가까이 다가가 천사처럼 아름다운 네 얼굴을 보면서 무한의 감동을 받곤 했단다.

너는 귀여운 행동으로 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지. 낯선 물건이나 장면을 보고 "저건 뭐야?"하면서 호기심을 나타내면 어느 언니이든 환한 표정으로 다가갔지. 간혹 엉뚱한 흉내와 질문으로 웃음꽃을 만들던 너는 우리 보육원에서 정말 소중한 존재였단다.

다운 증후군에 걸린 너는 이런저런 잔병치레를 많이 했지. 온갖 유행병은 빠지지 않고 찾아와 누가를 괴롭혔지. 혓바닥을 쑥 내밀고 아이답지 않게 피곤에 찌든 표정을 짓던 네 지친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장애시설로 인계되기 위해 언니와 작별 인사를 하던 날 나는 물론이고 동료 언니들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단다. 누가도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네가 문득 못 견디게 보고 싶더구나. 그래서 너를 찾아 갔더니 네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고 하더구나.

누가야, 그곳은 행복하니? 아프지도 않고 슬픔도 없는 곳이지? 날마다 즐겁게 뛰어 노는 누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tiger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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