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치인이 1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단죄가 대선자금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불법자금 용처 수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왔다. 기업체를 상대로 한 불법자금 규모 조사가 진상규명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 용처 수사는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단죄의 의미를 지닌다. 용처 수사는 의미가 크면서 동시에 비교적 '손쉬운' 카드이기도 하다. 기업수사는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검찰로서도 마구 칼을 휘두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또 "나쁜 쪽은 뜯어간 정치권인데 애꿎은 기업만 당한다"는 동정여론이 검찰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반면 유용 정치인 수사는 다르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실만으로도 여론의 공분을 사는 터에 이를 빼돌려 '축재'에 이용했다면 동정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응어리를 푼다는 점에서 '만인이 원하는 수사'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사의 '백미'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불법자금을 받아 선거에 썼다면 몰라도 개인축재로 이용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이런 돈은 당연히 몰수·추징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 왔다.
유용 정치인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볼 때 측근비리 특검에 맞선 '대항마'의 성격도 있다. 다음달 6일부터 특검이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 여론의 관심이 특검 수사로 옮겨지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검찰은 부실수사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 자존심 문제는 둘째 치고 검찰수사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급속히 힘을 잃게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불법 대선자금의 큰 줄기가 확정된 다음 용처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은 특검 수사와 동시에 진행시켜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수사페이스로 볼 때 다음달 중반쯤 최종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발표하고 바로 유용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거수집 차원의 용처 수사는 오래 전부터 물밑에서 진행돼 왔고 진척도 있어 보인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여야 대선캠프 관련 계좌 100여개 중 상당수는 개별 정치인의 친인척 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의원들은 부당한 계좌추적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 대부분이 대선캠프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거물급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혐의가 공개되면 파장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조사와 사법처리가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선거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