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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버섯공장 화재 애끊는 사연/생사갈린 부부·자매 "차라리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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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버섯공장 화재 애끊는 사연/생사갈린 부부·자매 "차라리 날…"

입력
200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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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아 있어야 할 텐데…."17일 오후 발생한 경북 청도군 풍각면 대흥농산 화재로 실종된 김혜숙(44·여·청도군 풍각면)씨의 남편 한용우(46)씨는 눈물로 꼬박 밤을 새웠다. 불이 날 당시 한씨 부부는 버섯재배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1층 작업준비실에서 근무하던 한씨는 불이 나자 3층의 버섯을 포장하는 가공작업실에 근무하는 아내 김씨가 당연히 탈출할 것으로 알고 먼저 피신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는 나타나지 않았다. 2남1녀 등 3명의 자녀와 발을 동동 구르던 한씨는 "입사 6개월인 아내가 갓 수습딱지를 떼고 정식 사원이 돼 같이 웃으며 출퇴근했는데 어디로 갔단 말이냐"며 오열했다.

실종된 박말자(47·여·청도군 덕암리)씨와 언니 박복순(63·여·풍각면 흑석리)씨도 한 건물에서 운명이 갈렸다.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하고 1남2녀를 키워오던 박말자씨는 농사로는 생계도 꾸리기 힘들자 8월 말 대흥농산에 들어와 3층에서 포장일을 해오던 중 변을 당했다. 언니 박씨는 "동생이 이달 말이면 처음으로 정식사원 월급을 받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된 배기탁(39)씨는 화재당시 건물 밖에 있다 갇힌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갔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동료들은 "배씨가 공장에서 근무한 지 5개월 밖에 안되지만 성실한 근무태도로 귀감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실종자 이순득(57·여·청도군 청도읍)씨도 28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3형제를 키워 외지로 보내고 자신은 용돈이나 마련할 생각으로 이 곳에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재사고 실종자 12명 가운데 11명이 이날 오전 불이 난 건물 3층 팽이버섯 발아실 12번째 방 앞 계단에서 불에 심하게 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유일한 통로인 계단으로 급히 내려가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감식작업에 나섰으나 잔불이 남아 오후 늦게야 시신수습에 들어갔다.

경찰은 산소용접기로 철제빔 절단작업을 하다 불을 낸 김모(31)씨를 소환, 불똥이 H빔을 싸고 있는 우레탄에 옮겨 붙어 번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를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또 무자격자인 김씨 등에게 작업지시를 한 책임자를 가려내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청도=정광진기자kjcheong@hk.co.kr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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