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면서 백 일 동안 계속되던 기도의 행렬도 한층 기세가 꺾였다. 올해도 여전히 전국의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줄을 세웠고 이러한 과정에서 몇몇은 소중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성적 발표 후에도 여전히 절에 나오시는 분들은 그래도 성적이 좋은 경우이고, 아마도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집안에서 그 패배감과 괴로움을 안으로 삭이고 있을 것이다.누구나 할 것 없이 죄다 수능에 목숨을 걸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사람의 가치를 점수로 매겨 열등감에 시달리게 만들고, 대학이며 학벌로써 그 사람을 잣대 짓는 이 사회의 풍토는.
사람들은 저마다 온전한 자기 몫이 있게 마련이다.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저마다 온전한 자신의 몫을 하고 있는 것이지 산이 물이 되겠다고 할 것도 없고, 꽃이 나무가 되지 못했다고 괴로워할 것도 없다. 저마다 자기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나의 모습은 완성될 수 있다. 작은 꽃이 나무가 되겠다고 몸집을 부풀리게 되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될 수 없으며, 그렇다고 나무도 되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사람 또한 '나 자신'일 때 진정한 내가 되는 것이지 '누구처럼' 되려고 애쓰게 되면 그 때부터 그 사람 고유의 성품을 잃게 되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만다. 우리는 언제나 나 자신이었으니 자꾸만 바꾸려 하고, 스스로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다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이 상황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이 내 안에 중심을 세우는 일이고, 당당하게 '나 자신'으로 사는 길이다.
법상 용마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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