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 공관에서 벌어지는 빗나간 '관행'들이 외교부 직원에 의해 폭로됐다. 예산으로 책정된 공금이나 경비를 갖가지 수법으로 빼돌려 사용(私用)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공관장이나 상사의 이런 비행을 부하직원으로서 뒷바라지해야만 하는 일선 외교관의 자괴와 비애가 깊다고 한다.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예사롭게 넘기기에는 너무나 치졸하고 고약한 부패상들이고, 여기에 좌절하고 분노했을 그 직원의 심정이 딱하다.흔히 어느 조직에나 있을 법한 사소한 비리들 같지만 착복과 공금유용이 멀리 떨어진 해외 공관에서 폐쇄적으로 벌어졌을 것을 생각하면 이건 또 다르다. 대사의 관저 만찬에 참석자 수를 부풀려 차액을 챙기는 정도의 일은 상시로 있는 모양이다. 또 공무 출장 일수를 늘려 출장비를 과다하게 타거나, 딸을 동반하며 직원이름을 동원하는 몰염치도 고발됐다. 상사의 이런 비리들이 일상화하다 보니 부하 직원들끼리도 공금으로 밥을 먹는 일을 예사로 하게 됐다는 고백이다.
외교부 직원들은 일생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러니 현지공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위나 아래나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밖으로만 모르게 안에서 자기들끼리 용인해 오던 관행이 이번에 드러났다. 과거의 온갖 관행들이 법과 원칙의 잣대로 다시 벌거벗는 이 시기에 얼마나 낯뜨거운 부패행각들인지 외교부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외교부는 방대한 해외근무 조직을 거느리는 탓에 본부의 감독이 해이해 질 수 있는 틈도 어느 조직보다도 크다. 자체기강을 잡고 스스로의 위신을 세워가는 일을 각별하게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가뜩이나 어지러운 나라사정에 나라 밖에서까지 파렴치한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친대서야 될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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