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썬앤문 그룹 관련 의혹과 측근비리 등에 대해 "때가 되면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구속된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과 친분이 있음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노 대통령이 이날 문 회장에 대해 "서울에서 꽤 성공한 고등학교 후배로 알려져 있고 동창회 같은데 가면 열심히 활동하고 상당한 기여도 했다"고 밝혔다. 문 회장이 이광재, 안희정씨 등 측근뿐 아니라 자신과 직접 알고 지냈음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큰 도움을 받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는 거꾸로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았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때문에 지난 대선 당시 문 회장이 얼마나 지원했고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에 대해 다시 한번 한나라당에 대한 비교우위를 강조한 뒤 소상한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도 토로했다. 그는 "우리쪽은 아무리 계산을 하고 또 해도 수백억원은 절대 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10분1'을 얘기하니까 그럼 '10분의1은 죄가 없단 말이냐'고 하지만 (그렇게 줄인 것의) 절반쯤은 내 노력"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나름대로 참 노력했는데 그것이 결국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결과가 돼 참 답답하다"며 "수사 가이드라인 시비가 생길까 봐 이런저런 말을 할 처지도 못되고 측근들이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검찰수사를 받을 용의가 있음을 또 다시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수사가) 야당탄압이라는 정치공방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야당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모두가 믿을 것이고 야당이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 부분인데 이는 검찰의 1차 수사가 끝난 뒤 특검을 해서 재검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 이후 나의 심경과 책임 여부를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중립내각 요구에 대해 "우리 장관들중 비중립 장관이 어디 있느냐"며 불쾌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행자부 장관이 지금 선거에 개입할 수 있나"며 "지금은 지자체에서 일선 행정을 다 하는데 선거개입을 하려면 시·도지사가 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그 말대로 한다면 단체장들은 전부 한나라당,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며 "중립내각 요구하지 말고 지자체 단체장이 선거개입하지 말라고 각 당에서 당부나 잘해주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 "장관들은 아주 훌륭한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물러나게 되더라도 상처를 내지 않고 마음 상하지 않게 인사를 하려고 한다"며 문책성 일괄개각보다는 자진사퇴식의 개각을 할 뜻을 밝혔다. 또 "'총선출마 안하면 장관 그만두라'고 대통령이 어떻게 말할 수 있나"며 "가다오다 '출마한다고 소문났대요', '한번 하지 뭐'하는 식의 가벼운 덕담"이라고 해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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