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동지(冬至).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이 날에는 특별히 팥죽을 쑤어 먹는다.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새알심'이라고 불리는 찹쌀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인 음식. 옛날에는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동지팥죽을 먹었다. 굳이 옛날 식을 고집하진 않더라도 올 겨울 동지팥죽을 맛있게 먹어보자.
이화여대 아시아식품영양연구소의 산학협동기관인 푸드앤컬처 코리아(www.fnckorea.com)의 김수진(왼쪽)원장과 제자인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진경씨가 동지팥죽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푸드앤컬처에서 푸드스타일링 과정 수강생 출신의 김진경씨는 현재 SBS 정은아 한선교의 좋은 아침 프로의 '신동의보감' 코너에서 '약이되는 음식'을 진행하고 있다.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동지에 왜 팥죽인가
팥죽을 만들기 전 동지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동짓날의 팥죽은 주술적인 뜻을 지니고 있어요. 팥죽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 기능을 한다고 보고,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 악귀를 쫓아내려고 한 것이죠." 동지 팥죽은 또 잔병을 없애고 건강해지며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전해져 이웃간에 서로 나누어 먹는 음식이었다.
팥죽 잘 만드는 요령
"팥은 절대 불리지 마세요. 씻어서 바로 삶아야 됩니다. 또 삶은 팥은 체에 올려 껍질은 남게 하고 앙금(팥 속살)만 걸러서 쑤어야죠."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가리키며 김 원장이 요령을 일러 준다.
"어머, 전 그냥 믹서에 껍질째 갈았는데요. 제가 하던 거랑 다르네요." 김 원장은 "팥을 껍질 째 쓰면 소화가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껍질을 까면 더 부드러워 진다"고 말한다.
멥쌀로 죽을 쑤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팥 앙금을 섞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팥 앙금을 처음부터 넣어 같이 쑤면 팥만 타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팥죽 다양하게 만들어 보기-새알심 팥죽, 조랭이 팥죽, 밤단팥죽.
저어가면서 끓이다 팥죽에 새알심을 넣으면 팥죽이 완성된다.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동지 팥죽을 쑤어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이다. 동지 팥죽엔 반드시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죽 그릇에 먹는 사람의 나이 수 만큼씩 넣어서 먹기도 했다.
새알심 대신 조랭이 떡을 넣어 보면 어떨까. 김 원장은 "개성지방의 떡인 조랭이 떡을 만들어 팥죽에 넣으면 또 다른 맛을 낸다"고 말한다. 멥쌀이 주재료여서 씹는 질감이 새알심과 다른데다 눈사람 모양으로 만들면 겨울 분위기도 살아 난다.
소금 대신 조린 삶은 밤과 설탕을 팥죽에 넣으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밤단팥죽이 된다.
팥죽만들기
팥죽 재료 (4인분)
맵쌀1/2컵, 팥2컵, 물
새알심(옹심이) 재료
찹쌀가루 1컵, 뜨거운 물 3큰술, 소금 1/2작은술.
만드는 법
1.팥을 씻어서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바로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푹 무를 때까지 삶는다.
2.삶은 팥을 뜨거울 때 체에 물을 부으며 으깨 내려 껍질은 버리고 앙금은 가라앉힌다.
3.불린 맵쌀에 2.의 웃물을 부어 퍼질 때까지 끓이다 앙금을 넣어 저으면서 끓인다.
4.찹쌀가루는 익반죽하여 새알심를 만들어 미리 익혀 놓는다.
5.팥죽에 새알심을 넣고 기호에 따라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단팥죽 명가 | 삼청동 "서울서 두번째로 잘하는집"
서울에서 단팥죽을 첫번째로 잘 하는 집은? 모른다. 그럼 두번째는? 있다. 삼청동에.
상호가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인 이 집은 서울서 보기 드문 단팥죽 전문점. 안주인 김은숙(64)씨가 28년전 한방찻집으로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단팥죽으로 더 유명하다.
이 집 단팥죽은 달콤하면서도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자랑. 어찌나 부드러운지 한 숟갈 떠 보기만 해도 감촉이 느껴진다. 비결은 통팥을 쓰지 않고 팥앙금으로 죽을 쑤는 것. 공장이나 본사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팥죽을 운송해와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쑨다. 그래서 맛이 살아있다.
안쪽 주방에 항상 끓고 있는 들통은 단팥죽의 옛 맛을 보증해 준다. 단팥죽 위로 솟아 있는 하얀 찰떡은 새알심. 매일 아침 빚어 만든 것이라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팥죽 위로 살짝 솟아 있어 작아 보이지만 들어 보면 제법 크다. 그 위로 얹힌 삶은 밤 조각과 울타리콩, 은행 알도 맛을 더해 준다.
실내 분위기는 오래된 찻집 분위기. 그런데도 젊은 남녀들이 찾아 다정하게 단팥죽을 먹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다. 가져 가고 싶으면 하얀 포장용기에 담아 주는데 작아 보이지만 양은 홀에서 먹는 그릇보다 더 된다고. (02)734-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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