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입장에서 내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시엔 개인적으로 꿈이 컸고 사회 개혁의 열망도 갖고 있었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일상에 찌들어 있다. 지난 밤 회식 때 마신 술이 덜 깨 아침을 맞고, 소형 자가용을 타고 회사에 출근―업무로 정신없이 보내다가 퇴근길 정체에 시달리며 집에 도착―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하루 생활이다.돌이켜 보니 꿈이 참으로 작아졌다. 포기한 것도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내 가정의 행복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 편리한 곳에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아이가 학교 다니기도 편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 꿈이 알고 보니 작은 것이 아니다.
나는 연봉의 40% 가량을 저축한다. 동료들에 비하면 아주 높은 수준인데, 이 정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상의 자질구레한 욕망을 포기하며 살고 있다. 언젠가 이렇게 저축해서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를 계산해봤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을 조사했더니 무려 10억여 원. 내가 평생을 모아도 불가능한 액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알뜰살뜰 저축을 해온 걸까. 갑자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이가 아직 없다. 그러나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3명 정도의 아이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내 아이들에게 요즘 흔히들 한다는 그런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아이들을 중형 승용차에 태우고 가는 어머니가 이 시대의 표준이라 한다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배려들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이 저축이 언젠가 내가 바라던 것들을 내 손에 안겨주리라는 확신으로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려 한다. 가끔은 관조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만끽할 수 있는 나이기를 바라면서…. 나의 소망은 30대 직장인들의 보편적 꿈일 것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꿈마저 포기하지 않도록 당국이 배려했으면 한다. 당국이 직장인들의 작은 소망을 생각한다면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이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보름 후면 새해다. 직장인의 신년소망은 소박하다. 일상적이고 소시민적인 꿈만 갖고 있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항상 행복을 찾는, 꿈과 희망을 가진 아름다운 직장인으로 살고 싶다.
윤 정 일 TNT Korea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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