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상계 편집인 고(故) 장준하(張俊河) 선생이 1975년 8월17일 의문의 죽음을 맞기 직전 유신정권을 상대로 '거사'를 도모하고 실무를 책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장 선생의 죽음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면담 조사, 이 같은 내용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 "장 선생이 숨지기 직전인 75년 7월29일 가택연금 상태였던 본인 집으로 찾아와 '함석헌, 김재준 목사 등 재야세력과 분열된 야당세력을 통합해 조직적인 유신철폐 운동에 나서겠다' '내가 모든 실무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의문사위는 이와 함께 '장준하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김대중의 점심 초청을 받아 김씨의 자택에서 김씨를 방문하고 접촉했다'는 내용의 중앙정보부 일일동향보고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정은 당시 김대중, 윤보선,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야당통합회의'를 개최한 75년 3월31일 '장준하의 개헌운동 계획을 사전 탐지해 이를 와해·봉쇄하고 공작 필요시 보고후 실시한다'는 '위해분자 관찰계획서'를 작성한 이후 장 선생이 숨지기 직전까지 매일 일일동향보고를 남겼다. 의문사위 김희수 제1상임위원은 "이번 면담 결과로 타살 의혹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만일 타살이라면 장 선생이 제거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원인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사는 오후 4시10분부터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40여분간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은 조사에 앞서 "과거 독재정권 아래서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목숨을 바쳤는데 그 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의문사위가 활동하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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