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지난해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썬앤문과 노 후보 캠프의 관계가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이 회사 문병욱(51·구속) 회장이 노 대통령 당선 후 식사 자리에까지 초청된 것으로 알려져, 썬앤문이 대선 과정에 기여한 '공로'를 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일단 문 회장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은 확실해 보인다. 썬앤문 자금을 받은 신상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여택수 청와대 제1부속실 국장 등이 당시 노 후보의 부산 유세 현장에서 돈을 받은 정황은 문 회장도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이 회사 전 부회장 김성래(53·여·구속)씨가 지난 9월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탄원서에서 김씨는 지난해 12월5일 부산 유세를 돕기 위해 문 회장과 오후 5시 비행기로 내려가 해운대에서 신 부의장 등을 만났으며, 다음날 아침 일찍 노 후보와 이광재씨 등을 잇따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신 부의장과 여 국장의 금품 수수 정황이 탄원서의 내용과 꼭 들어맞는다.
또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자리를 마련해 4시간 가량 환담의 기회를 가졌다"는 김씨의 주장도 신빙성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문 회장의 청와대 식사 여부에 대해 검찰이 "확인한 바도 없고 자료도 없다"고 손을 내젓고, 노 대통령도 뚜렷한 언급이 없어 이 부분은 계속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래 전부터 잘 아는 고교 후배"라고 소개했지만, 정작 문 회장과 노 후보 캠프와의 밀월은 지난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가 계기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회장과 친분이 깊은 한 지인은 "문 회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데는 절대 돈을 쓰지 않는 인물이지만,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보험 들기'와 감세 청탁 등 여러 목적으로 노 캠프에 적극 다가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씨는 또 부회장 김씨를 통해 한나라당 인사들과도 교분을 넓혔으며, 김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썬앤문 자금 '집행관' 역할을 하며 노 캠프 참모들과 친숙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노 후보 캠프로 유입된 썬앤문 돈은 이광재씨 1억원 등 1억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검찰이 문 회장과 김씨의 동선(動線)을 깊숙히 추적할 경우 노 후보 캠프는 물론 야당의 추가 '뒷돈'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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