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지배구조 문제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올 한해 최고의 인수합병(M& A) 테마였던 SK(주)와 현대엘리베이터는 대주주간 지분 경쟁이 다시 불 붙으면서 주가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주)LG 한화 금호석유 동양메이저 등 주요 대기업의 지주회사 주가도 급등락하고 있다. 효성과 현대산업개발은 대주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무상 소각이 지배구조 투명화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에 날개를 달았다.하지만 지배구조 테마에 앞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무엇보다 기업 펀더멘털(재무구조 등 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실적개선 추세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SK·현대엘리베이터, 과열 조짐
주주총회를 앞두고 SK그룹측과 2대주주(14.99%)인 소버린자산운용의 표대결 가능성으로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SK(주)는 18일 급락세로 돌아섰다. 하나·신한은행 등 채권단이 SK의 자사주 10.41% 가운데 7%를 매입, 소버린에 대항한 SK의 우호세력을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을수 연구원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소버린 쪽에 힘이 실릴 때 SK 주가는 강하게 오르고 그렇지 않을 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 26일(내년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을 살 수 있는 시한) 이후에는 양측 우호 세력의 보유 물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측이 주식 1.27%를 추가로 사들여 우호지분을 28.64%로 높이고 현대 계열사 사장단이 일괄 사표를 냈다는 소식에 또다시 상한가로 치솟아 과열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 공모 발표 때만 해도 3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다시 8만원대로 급등했다.
대우증권 성기종 연구원은 "금감원의 제재 조치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현재 주가는 부담스럽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와 BW테마
동양시멘트와 동양종금증권, 동양매직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동양그룹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는 12월 들어 8일 상한가 후 17일 12%나 급락했으나 이날 다시 7.46% 반등하는 등 이상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생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그룹 지주사인 금호석유도 11월 중순 이후 주가가 3배나 급등했으나 최근 이틀 연속 하락 반전했고, LG카드 회사채 인수 방침으로 17일 급락했던 (주)LG는 이날 6.81% 반등에 성공했다.
대주주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상 소각키로 한 효성과 현대산업개발은 이틀째 상승을 이어갔다. 대신증권 정연우 연구원은 "BW 소각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식 가치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실적 우선
이처럼 대기업 주가가 지배구조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 가장 중요한 잣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이 기업 지배구조를 따져 투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알고 보면 지배구조가 취약해 주가가 급락할 때 영업실적이 좋은 주식을 골라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LG와 한화 동양 금호 등의 지주회사 테마에 인수합병 기대가 작용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우량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아져 지주회사의 지분법 평가이익이 증가되고 배당 여력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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