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한 직원이 내부통신망에 선배 외교관의 크고 작은 관행적 비리를 낱낱이 고발한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이 직원은 18일 공개된 글에서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고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 '출장 기간을 허위로 늘려 차액을 챙기는 상사' '직원 이름으로 탄 출장비로 딸과 출장가는 대사' '회식 참석자 수를 부풀려 돈을 챙기는 상사' 등 해외공관에서 벌어지는 비행을 적시했다. 그는 "상사 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며 "부하 직원도 '우리는 못할 게 뭐 있느냐'며 작당해 공금으로 밥을 먹는다. 나도 같이 더러워졌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외교부 내부통신망은 실명제로 운영되며, 이 직원은 지난 10월 글을 토론방에 올렸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쉬쉬 했지만 해외공관 근무 시 교민모임 지원 물품이나 액수를 조작해 돈 만드는 일을 안 해본 외교관이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교부는 이날 감사에 착수했으며 사실확인을 거쳐 관련자들에게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교부 내부에서는 글이 2개월여 만에 외부로 유출된 경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의로 '치부를 노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교부는 통상교섭본부 분리가 논의되는 가운데 "내년 초 상당수 고위 외교관이 옷을 벗게 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면서 정부의 조직·인사 개혁에 대한 반발 기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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