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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난민 돕는 벽안의 "트로트 듀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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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난민 돕는 벽안의 "트로트 듀엣"

입력
200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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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도빈과 안드레아 라이스는 한국의 트로트 팬들에게는 꽤 알려진 아일랜드 출신의 부부 가수다. 그들은 1991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지난달 20번째로 방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오킴 레스토랑에서 매일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즐겨 부르는 노래는 팝송이 아니라 '애모' '사랑의 미로' '찬찬찬'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트로트 가요. 조금은 서투른 영어식 한국 발음이지만 정통 트로트 가수 뺨치는 맛깔스러운 기교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이들 부부의 '상품성'을 높이 산 조선호텔은 12년째 매년 3개월씩 이들을 초청해 공연을 맡기고 있다. 이들이 '라이스와 도빈의 트로트 메들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한국어 트로트 음반은 5만장이 팔렸다.

이들 부부에게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다. 탈북 난민을 돕기 위한 공연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는 것이다. 2000년 서울 홍익대 앞에서 열린 탈북 난민 돕기 공연에 처음 출연했던 이들은 21일 오후 3시 서울 서교호텔에서 열리는 '탈북난민 돕기 자선 공연' 무대에 다시 선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한국 트로트를 부를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공연에 10여 차례 참여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 가수가 이렇게 자선 활동에 적극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2000년 여름 일면식도 없는 팀 피터스 목사가 저희를 불쑥 찾아와 탈북난민 돕기 자선공연에 출연해줄 수 있느냐고 제의해왔습니다. 그에게서 한국의 분단 상황과 일제 식민지배 경험을 듣고 아일랜드의 상황과 너무 흡사해 놀랐고 그 자리에서 승낙했지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도빈은 자신의 조국인 아일랜드 역시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과거 7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분단된 나라의 난민들이 겪는 고통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늦둥이 외동딸 이파(3)가 커서 한국과 관련된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의 큰 서점에 들러 딸에게 줄 한국어 동화책을 잔뜩 샀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내년 1월초 아일랜드로 돌아간다. 한국에 다시 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를 찾는 한국인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팀 피터스 목사는 현재 북한 기아 난민을 돕는 비정부기구(NGO) '톤 어 먼스 클럽'(http://ton-a-month.tripod.com)을 이끌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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