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뷰티 전반에 ‘웰빙(well being)’이 지배한 한 해였다.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를 지향하는 월빙은 패션에서 친환경소재의 등장과 노출로 표현됐다. 건강한 여성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누드브라가 날개돋친 듯 팔리며 가슴노출이 일상화했고 미니스커트의 부활도 눈길을 끌었다. 스포티즘을 등에 업은 트레이닝복의 고급패션화는 가장 주목할만한 사건이었다. 경기침체로 패션업계에 부도 및 M&A 바람이 거세지자 명품업계조차 최고급 명품과 대중화한 명품간의 차별화현상이 극심해졌다.
뷰티 분야에서는 상류층을 겨냥한 스파시설들이 속속 개장하면서 웰빙의 첨병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계적인 화장품업계의 아시아시장 공략용 제품생산이 줄을 이었고 여자들은 앞머리를 짧게 잘랐다.
2003년 IMF환란때 보다도 어려웠다는 불황에도 다채로운 트렌드를 양산하며 바쁘게 돌아간 패션과 뷰티업계 10대 뉴스를 키워드로 정리한다.
패션
1. 섹시 트레이닝= ‘츄리닝’이라는 일본식 발음으로 더 친숙하고 백수들의 일상복 쯤으로 여겨져온 트레이닝복이 올해 가장 인기있는 패션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한때 작업복에 불과했던 청바지가 80년대 이후 하이패션계의 총아로 부상한 것에 비견되는 사건. 벨벳 새틴 등 고급소재에 옆선에 세로 줄무늬를 넣은 트레이닝복은 미니스커트와 숏팬츠,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짧은 점퍼류 등 섹시한 이미지로 출시돼 젊은 여성들에게 각광받았다.
2. 큰가슴이 아름답다= 올해 각광받은 노출패션은 단연 클리비지룩(Cleavage lookㆍ가슴골을 드러내는 스타일). 잘 발육된 커다란 젖가슴이 여성미의 상징으로 부상하면서 가슴선이나 골을 노출시키는 대담한 패션이 유행했다. 가슴이 큰 여성들이 전성기를 맞았고 가슴을 모아 자연스럽게 가슴골을 만들어준다는 실리콘 재질의 누드브라가 홈쇼핑업계의 최고 효도상품이 되기도 했다.
3. 키드 명품족=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하나뿐인 아이를 명품족으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자식욕심이 거셌다. 아동복 업계의 명품바람이 대표적. 페라가모키즈, 베이비디올, 앙드레김키즈, 빈폴주니어 등이 앞다투어 출시됐으며 내년 상반기엔 버버리가 국내 아동복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4. 미니, 미니= 불황기에는 치마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또 한번 세를 과시했다. 1990년대 중반 똥꼬치마 만큼은 아니라도 무릎위로 성큼 올라온 치마길이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오죽하면 현대카드의 미니M카드 광고속 남자주인공들까지 미니주름치마를 입고 등장했을까. 미니스커트의 부활은 패션계가 1960년대 스타일을 재해석한 복고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증거. 60년대는 영국 디자이너 메리 콴트가 미니스커트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시대다.
5. 스타 파워= 연예계 스타들이 유행제조기 역할을 한 것은 이미 오래지만 올해는 특히 연예계와 스포츠계, 정치권의 유명인사들이 패션리더로 각광받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MBC TV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 가위로 죽죽 자른듯 솔기처리가 안된 헐렁한 티셔츠에 추리닝팬츠 스타일의 김래원 스타일은 의상협찬을 한 쿨하스가 매장에 김래원 테마존을 만들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스포츠계에서는 골프계의 신데렐라 안시현이 입었던 골프웨어가 매진됐고 이효리의 짧은 후드점퍼 스타일도 각광받았다. 또 정치권에서는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짙은 화장에 귀걸이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 착용, 꽃분홍이나 연두색 등 화사한 색감의 정장차림 등으로 눈길을 끌며 “권위적인 각료사회에 숨통을 틔웠다”는 평을 받았다.
뷰티
6. 웰빙(well being)= 올해 생활문화의 화두이자 키워드였던 웰빙은 뷰티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청담동 일대를 중심으로 휴식을 위한 최고급 스파부터 간단한 피부관리를 위한 데이스파까지 각종 스파시설이 속속 들어섰고 아로마테라피를 비롯한 각종 테라피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였다.
아베다와 키엘 프레쉬 오리진스 등 자연주의 성분을 이용한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러시화장품은 유기농 야채성분을 담았다는 화장품으로, LG생활건강은 콩과 와인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으로 재미를 봤다. 태평양과 한국화장품에서는 바르는 것 뿐 아니라 몸속까지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개념의 건강보조식품을 내놓기도했다.
7. 빅 뱅(Big Bang)= 올해 뱅스타일(앞머리를 눈썹위로 짧게 일자로 자른 스타일)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김하늘 정다빈 등 청춘스타들이 앞머리를 짧게 자르고 부드럽게 퍼머한 머리를 하나둘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영화 ‘싱글즈’에서 장진영은 숱많은 단발머리의 앞부분을 그냥 뭉툭하니 잘라낸 스타일을 선보였다. 어찌보면 촌스러운 듯한 이 스타일은 순수하면서도 진지한 느낌이 장점으로 긴 생머리에 앞부분만 자르거나 자른 앞머리의 길이를 조절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변형되며 인기를 이어가고있다.
8. 아시아 넘버원= 세계적인 화장품업체들이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경쟁에 나섰다. 클리니크에서 아시아여성 전용 스킨케어제품이 출시됐고 바비브라운은 아시아여성들이 선호하는 색을 담은 아이섀도를 내놓았다. 랑콤은 자사의 립글로스에 ‘소영’이라는 한국이름을 붙였으며 한국과 일본시장에만 출시하는 화이트닝제품을 선보였다.
9. Be the Red= 복고패션 유행으로 붉은색 립스틱이 새롭게 인기를 얻은 한 해. 한국여성들은 주로 차분한 갈색이나 와인색 립스틱을 선호하지만 올해는 투명한 피부표현에 과감한 빨간색 입술로 포인트를 주는 화장법이 깜짝 인기를 얻었다.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붉은 립스틱이 주요색상으로 선보였다.
10. 안티에이징= 영원한 청춘을 보장받으려는 여성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안티에이징(anti_aging), 즉 나이듦을 막아준다는 기초화장품류에도 트렌드가 생길 정도. 한동안 주름개선 성분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레티놀제품이 콜라겐성분이나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대체되더니 올해는 보톡스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보톡스라이크 성분으로 옮겨갔다 다시 최근에는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디톡시네이션으로 발전했다. 엔프라니에서 내놓고있는 항산화성분 알파리포산을 포함한 에이지디펜스, 헤라에서 나오는 에이지어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도움말: 신원 LG패션 삼성패션연구소 엔프라니 ㈜태평양 휠라코리아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