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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밀라노 기후변화협약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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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밀라노 기후변화협약 결산

입력
200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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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브라질 리우에서 지구환경정상회의가 열린지 11년, 온실가스 감축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 교토(京都)의정서가 채택된지 6년이 지났지만 각국들의 이해대립으로 온실가스감축계획의 실행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1∼1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9차 당사국총회도 교토의정서체제 발효의 키를 쥐고 있는 러시아가 자국의 산업보호를 이유로 의정서 비준을 연기했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온난화 방지기술 이전 문제를 놓고 대립이 계속되는 등 온실가스 감축문제 앞에 놓인 난관들을 실감케 했다.맥 빠진 회의

지난해 인도 뉴델리 8차 당사국총회는 교토의정서체제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도국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적응(adaptation)'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희망적인 분위기였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져 9차 총회에서는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리라는 관측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9차 당사국총회 개막 직후인 2일 "교토의정서는 러시아에게 불공평하다"는 일리아노프 러시아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발언이 서방 언론에 보도되면서 회의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10일 총회 각료급회담에서 러시아 치카노프 수석대표는 교토의정서 비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않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가 비준을 이번에도 약속하지 않음에 따라 교토의정서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발효가 불투명하게 됐고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체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토의정서 발효의 키를 쥐고 있는 러시아의 비준 문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몸값 올리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정서 비준을 자국 석유회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허용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 카드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년 4월 러시아 대선에서 석유재벌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때까지는 비준을 하지 않겠지만 12월 미국 대선에서 교토의정서체제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러시아도 의정서에 비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되는 갈등

교토의정서 체제를 발효시키려는 유럽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대립은 기후변화협약 관련 예산과 미국의 지위 문제에서 폭발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호주 등 교토의정서 비(非)비준국들은 기후변화협약 관련 예산과 교토의정서 협약이행 관련 예산을 분리, 교토의정서 예산은 납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EU 국가들은 앞으로 교토의정서상 '옵서버' 자격인 미국의 회의 참가를 제한하겠다며 반발하는 등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선진국과 개도국은 온난화 방지 기술이전을 둘러싸고 갈등을 드러냈다. 한국 멕시코 등 중진국과 중국 등 개도국은 선진국들의 조건 없는 기술이전을 요구한 반면 조력 풍력 조림 등 온난화방지기술 선진국인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등은 "대부분 '민간부문'의 기술이어서 강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이전하기보다는 '시장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전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EU와 NGO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국에서의 조림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 실적을 교토의정서상 청정개발체제(CDM)로 인정하는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이 유일한 진전이었다. 지난 총회까지 국내 조림사업만 CDM으로 인정했으나 이번 회의를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한 조림사업도 CDM으로 인정돼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조림사업 투자국들의 입지가 넓어졌다.

그러나 유전자조작(GMO)을 통해 삼림을 만들 경우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아 '환경정의' 측면에서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NGO의 활동이 그 어느 회의보다 미미했다.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6차 당사국 총회 당시만 해도 4,000∼5,000명의 환경운동가들이 미국대표단의 회의장 입장을 막는 등 치열한 장내·외 활동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장외 퍼포먼스가 단 한차례에 그쳤다.

/밀라노=이왕구기자 fab4@hk.co.jkr

■기후정의 대학생 모임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참가를 계기로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온실가스감축 문제가 피부로 다가왔습니다."

지구 온난화방지에 관한 각국의 외교전이 펼쳐진 이탈리아 밀라노 유엔 기후변화협약 9차 당사국 총회장에서는 한국 대학생 10명이 시선을 모았다.

이들은 7월 결성된 '기후정의 대학생 모임' 소속 학생들. 환경정의시민연대의 후원을 받은 대학의 환경동아리 활동 경험자, 환경관련 분야 전공자 등 남녀 대학생 5명씩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기말고사를 연기하고 100만원의 여비까지 부담하면서 이탈리아에 입국해 2주간의 회의 전과정을 지켜봤다.

산업경제 정치경제 건축 기계공학 지구환경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회의기간 내내 각자 관심분야와 관련된 각종 실무자회의와 NGO 주최 세미나 등에 참석, 기후변화 대책의 중요성과 우리나라의 대비태세 등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국제적 환경정의실현에 대한 소신은 같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인 이들은 매일 저녁 '우리 정부가 언제 교토체제에 편입해야 적절할까' '러시아의 비준 거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 앞서 9월 서울에서 모의 당사국총회를 갖기도 했던 이들이 현장에서 느낀 점은 환경보호를 위해 출발한 기후변화회의가 점차 경제회의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

유럽 국가들이 이번 회의에서 선보인 각종 환경산업 관련 펀드, 태양열 풍력 조력 등 발달된 재생 에너지 산업 등은 이미 선진국들이 새로운 '환경시장'을 창출을 위해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물자원 시스템 전문가가 꿈이라는 이진원(21·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 공학부3)씨는 "교토의정서상의 배출권거래나 청정개발체제가 선진국의 '환경시장' 창출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고 환경정의에서 다소 벗어난 점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일단 교토의정서 발효를 통해 우리나라 등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이왕구기자

■ WHO 특별보고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각종 전염병이 확산되고 농작물 수확이 줄어들면서 매년 1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가 나왔다.

WHO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제출한 특별보고서에서 고온으로 강우 패턴이 달라지고 계절에도 변화가 생겨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수인성 질병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열대지방과 빈곤국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지구상에서 매년 15만명에 이르는 온난화에 의한 사망자는 2030년에는30만명이 넘게 될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여름 2만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보도된 유럽의 혹서와 같은 현상 외에 대기 오염과 알레르기 유발물질 증가로 신종 질병이 등장하거나 기존 질병이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농작물 수확을 격감시킬 수 있는 신종 질병이 등장해 인류의 보건에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계절성 강우에 쌀농사를 의존하는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 농사가 피해를 입어 국지적인 영양부족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과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농작물 수확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WHO가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기상기구(WMO), 미 환경청(EPA)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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