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학계 최대의 화제는 단연 중국의 우리 고대사 왜곡에 대한 역사학계의 대응 움직임이다. 또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물꼬가 트인 남북 학술 교류가 본궤도에 올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만들기로 합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철학회는 철학자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철학자대회 2008년 대회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또 국어국문학회와 한국언론학회, 한국정부학회가 이례적으로 여성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해 남성 일변도의 학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고 한국철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교육학회 등이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 출발을 다짐한 한 해였다.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이 본격화한 것은 중국이 정부 주도로 지안(集安)과 환런(桓仁)의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올해 유네스코 산하 제2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무난해 보이던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의 등재가 보류되고, 내년 6월 쑤저우(蘇州)에서 열릴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중국이 자국 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은 한결 고조됐다.
이 문제는 10월 말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고대사 전공 학자들이 참석한 공개 학술토론회를 통해 공론화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학문적으로 중국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11월 초 고구려사왜곡대책위원회를 발족했으며, 위원회는 12월9일 역사 관련 17개 학회가 참여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로 확대됐다. 대책위를 비롯해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고구려연구회 등의 학술토론회도 잇따랐다. 학계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양국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마저 비치고 있다.
남북 학술 교류는 평양에서 남북 학자가 자리를 같이 한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려 양적으로 풍성했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의 주도로 올해 2, 8월 두 차례 평양에서 일제 강점기 만행과 국호 표기 문제를 주제로 한 역사학자 토론회가 열었다. 정문연도 9월에 '우리역사에 나타난 민족공동체 의식'을 주제로 평양과 삼지연에서 학술대회를 열었고, 개천절에도 남북 학자의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더욱이 강 총장 등은 남북 역사학자 교류를 정례화하기 위해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만들기로 합의했으며 내년부터 연 2회 남북학술대회를 열기로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150여개 국 철학자들이 5년마다 모이는 세계적 행사인 세계철학자 대회 서울 유치는 한국 철학계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문학 분야의 대표 학회라고 할 수 있는 국어국문학회가 창립 51년 만에 이혜순 이화여대 교수를 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여성학자가 처음으로 주요 학회장에 진출한 사건이었다. 이어 한국언론학회(회장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정부학회(회장 김복규 계명대교수)도 여성회장을 선출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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