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17일 기자회견에서 "대선자금 특검 도입을 위해 다른 정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특검법이 과연 통과돼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가 특검을 제안하면 이의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한 만큼 국회가 특검법만 처리하면 특검 수사는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결론부터 말해 대선자금 특검법이 연내에 추진될 소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이 공조를 원하고 있는 민주당이 특검법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시기에 대해선 '검찰 수사 종료 후'를 선호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열린우리당도 내부 이견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아예 입법 자체에 부정적이다. 노 대통령도 '검찰 수사 종료 후'를 특검법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물론 단순 논리로만 따지면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단독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기도 한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다간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 다른 당의 협조를 얻는 모양새를 갖출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선자금 특검은 당장 추진되기보다는 노 대통령 및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결론에 이를 시점에야 추진될 공산이 크다. 검찰 수사 상황에 비춰보면 시기적으로 내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날 최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불법 비리의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 책임회피를 시도한다"며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조순형 대표는 "대선 자금 특검은 불법 자금 모금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스스로 할 말이 아니다"면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해 일단 검찰 수사에 무게를 실었다.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제출하겠다는 것은 도둑이 도둑 잡는 법을 만들자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특검법을 준비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제출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선 검찰수사, 후 특검 가능' 입장을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특검 즉각 수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김원기 의장은 "한나라당이 검찰에 대한 협박을 중단치 않으면 국민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상수 의원과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그때 가서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형평성 논란 때문에 주춤하는 면이 있으니 특검을 받자"고 수용론을 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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