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사건의 발단이 된 김성래(53·여·구속) 전 부회장의 농협 115억원 사기 대출 사건과 관련, 검찰이 뒤늦게 농협 직원을 공범으로 구속한 것으로 17일 확인돼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그동안 대출과정 등에 많은 의혹(본보 10월8일자 A8면, 30일자 A9면)이 제기됐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검찰이 특검 수사를 앞두고 농협 관련자를 처벌함에 따라 국세청 감세 로비에 이어 또 한번 파장이 예상된다.서울지검 조사부는 지난해 12월∼올 3월 양평TPC 골프장 회원 분양권을 담보로 한 대출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해 김씨에게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배임)로 농협 원효로지점 전 대리 정모(31)씨를 지난 12일 구속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김씨측이 제출한 썬앤문 계열사(D개발)의 연대보증인란에 서명이 없자 대표이사 문모씨의 사인을 대신해주고, 27차례나 위조된 대출서류를 확인하지 않아 회사에 8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이 사건으로 처벌된 농협 인사는 정씨가 처음으로 지난 5월 김씨 등의 기소로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된 지 7개월 뒤에야 이뤄진 셈이다. 서울지검은 16일 국세청 감세로비 부실수사를 해명하면서 "5월 이후 감세 청탁 부분만 집중 수사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기대출 사건 관련자에 대한 추가 구속은 특검을 의식한 수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사건은 이사회 의사록 등 조작된 서류를 바탕으로 같은 지점에서 37차례에 걸쳐 115억원의 거액이 대출된 사건인 만큼 말단 직원인 정씨가 농협측 단독 공범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 더욱이 김씨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에는 김씨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등 정부 고위 인사에게 청탁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있고, "농협중앙회장을 당선시킨 분을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는 발언도 있어 전체 대출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당초 대출 약정은 김씨가 아닌 문병욱(51·구속) 썬앤문 회장측과 맺었다는 농협 관계자의 법정 진술이 나온데다, 대출금 일부가 썬앤문 계좌로 직접 유입된 흔적도 포착됐지만, 문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농협이 이 결정을 근거로 지난 7월 문씨측 부동산에 설정한 가압류를 해제하고 대출금 100억여원을 손실 처리키로 한 것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문성우 서울지검 2차장은 "정씨의 금품수수 및 윗선 개입 여부 확인 때문에 수사가 늦어졌으며 앞으로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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