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조사 받는 사람들은 말을 하고 조사하는 사람들은 말 못하는 시대다."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17일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그는 그 동안 바깥에서 말이 많아도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껴온 터였다. 그런 그의 언급은 정치권등 검찰 외부의 '검찰 흔들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함축하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이제 상식 수준을 넘어 검찰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10분의 1' 발언은 고의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검찰이 수사결과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10분의 1을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입이 무거운 송광수 검찰총장이 "그 말씀은 정말 수사에 대한 부담"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나라당은 어떤가. 노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씨가 구속될 때만 해도 '안대희 중수부장이 최고 실세'라고 추켜 세웠던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의 수백억대 불법 대선자금이 드러나자 '편파수사', '야당 죽이기' 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기업에 부담을 준다며 수사 조기 마무리를 주장하더니 어느새 '특검 카드'를 빼들고 검찰을 으르고 있다.
정치권 뿐 아니다. '송광수·안대희팬클럽'은 '송짱','안짱' 하면서 보약에 도시락까지 보내 성원했다. 연말 대검청사 인근 카페에서 응원 송년회도 열 계획이다. 취지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검찰에 부담을 주고 수사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정치권이든 일반 국민이든 결과를 기다려 본 뒤 말이든 행동이든 하는 게 좋겠다.
김상철 사회1부 기자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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