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생포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당혹케 했다. 이 잔혹한 철권 통치자는 미군에 용감하게 저항하거나 장렬하게 자결하지 않고 오직 목숨을 부지하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세인을 오랫동안 관찰, 분석한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행동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지적한다. 항상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해온 그는 과대망상적 '생존본능'에 따라 살아왔다고 설명했다.미국에서 출판된 '사담 후세인-정치적 전기'의 저자들은 "후세인의 궁극적 목표는 살아 남는 것이며, 이는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후세인에게 대량학살과 잔인한 정적 제거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후세인에 대한 정신분석작업을 수행해 온 미국의 제럴드 포스트 박사도 "이제 사담은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 전범재판에서 어떻게 자신을 옹호할 지에 대해 머리를 짜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90년대 이라크 무기사찰단 단장이었던 롤프 에케우스는 "자신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후세인의 머리 속에는 웅대한 역사만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후세인은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몇 주전 엉뚱하게도 소설을 집필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17일 보도했다. '사라져라, 악령들아!'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악한 외세와의 전쟁을 담은 소설로, 그는 잘 생기고 용맹한 주인공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는 등 과대망상적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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