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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2003년의 시련이 藥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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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2003년의 시련이 藥 되기를

입력
200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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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우리 역사상 2002년이 월드컵과 함께 영광과 기쁨의 해였다면 올해 2003년은 어떤 해로 역사에 남게 될까? 사람들마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난히 계층 간 혹은 직능 간 갈등이 많았으며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해 보다도 거센 한 해였다.'인간사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때의 이익이 후에는 손해가 되기도 하고, 지금의 화가 나중에는 복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인간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에도 적용된다.

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로 광복 이래 최고로 경사스런 한해였다. 우리 국민이 밖으로는 세계만방에 힘과 저력을 과시함은 물론이고 안으로는 작은 힘이라도 뭉치면 몇 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으로 작년 한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었고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해가 바뀌면서 이런 국민적 자신감은 작은 힘이라도 단체를 결성하고 한목소리를 내야만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주고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각 분야에 퍼지게 되었다. 화물차주들의 파업에 이어 철도노조, 금융노조의 파업이 이어졌고, 심지어 주유소들도 담합하여 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새 정부의 미숙한 대응 과정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월드컵에서 우리 국민이 얻은 일체감과 자신감이 오히려 국민을 단합시키기보다 각 분야별로 분열시킨 결과가 되었다. 굴러 들어온 복이 화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이런 갈등이 나중에 어떤 좋은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요즈음 대선 자금 문제가 온통 신문 지상을 덮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카드 빚에 몰려 각종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가는 이때에 서민은 평생 구경 한번 할 수 없는 수백억원대의 정치자금을 정치인 너나 할 것 없이 떡 주무르듯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은 물론이고, 나라 망하겠다는 암담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면서 서서히 발전해 간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시련은 훗날 우리나라가 깨끗하고 성숙한 정치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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