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뮤지션은 부잣집 날라리라는 편견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에 대한 주석(25·본명 박주석)의 조용조용하고도 진지한 얘기를 듣다 보니 그런 편견은 조금씩 사라진다.최근 3집 '수페리어 vol. 1 This Is My Life'를 낸 주석은 돋보이는 젊은 힙합 뮤지션 중의 하나다.
그는 힙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게 이야기했다. 힙합은 센스를 중요시하는 음악, 마초적인 음악, 쿨한 장르, 뚱뚱한 사람도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음악 등 '주석이 생각하는 힙합은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은 길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명확한 설명은 그의 랩 속에 담겨있다. 3집 수록곡 '인생'에서 그는 '힙합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야구로 치자면 한평생 몸담고 뛸 구단'이라 했고 '백어게인'에서는 '나는로미오, 힙합은 줄리엣'이라고 노래한다.
"힙합에서 랩하고 래퍼는 동격이에요. 남이 써 준 음악을 노래하는 사람들과 달라요. 퍼포머(performer)와 결과물이 동격인 셈이죠." 그의 힙합 예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힙합 뮤지션을 보면 남루하고 더럽고 수염까지덥수룩한 사람이 많잖아요. 힙합처럼 외모보다는 음악을 위주로 하는 장르도 없어요."
주석 역시 그 또래처럼 아이돌 가수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한때는 돈 많이 벌고 인기도 많은 아이돌 가수가 부러운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처음부터 '내 음악'을 한 제가 도리어 부러움을 삽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듀스 출신 이현도가 작사, 작곡하고 김범수가 함께 노래 한 '정상을 향한 독주2'. 주석의 금속 같이 차가운 느낌의 남성적 랩이 김범수의 보들보들한 목소리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소은과 함께 부른 '선샤인'도 유난히 귀에 부드럽게 다가오는 노래다. 전반적으로 밝고, 스물 다섯 주석의 나이처럼 건강해서 듣기 좋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내년에는 5인조 힙합 그룹을 결성할 예정이다. 솔로로 오래 활동한 탓에 쉬고 싶기도 하고 공익근무요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벽을 넘어야 해요. 우리 힙합은 아직 이른 봄이거든요. 대형 기획사의 힘이 아닌 힙합의 힘으로 한계를 극복해야죠." '힙합 프론티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그의 생각이다.
/최지향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