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대선자금 특검 추진 발언에 검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의자가 수사주체를 골라가며 수사를 받는다는게 과연 타당한거냐는 반응 일색이다. 더구나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을 빼앗아 특검에 주는 것은 검찰 존재를 부인하는 처사여서 수사팀은 격앙된 모습이다.검찰 수뇌부는 특히 정치권이 기싸움을 통해 검찰을 압박하는 듯한 행태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요새는 조사받은 사람들은 말을 해도, 조사하는 사람은 말 못하는 시대다"라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발언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수사에 전념하겠다"고 했던 송광수 검찰총장도 "정치권에서 수사에 대해 언급한 것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냐"며 "검찰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딴죽걸기에 검찰은 '원칙수사'로 대응하고 있다. 송 총장도 "정치권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수사의 정도에 어긋나게 물줄기를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검찰의 길은 한가지 밖에 없다"고 정도(正道)수사를 재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원칙수사론은 기업들을 다시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정치권이 검찰을 공격하면, 검찰은 기업을 수사해 '성과'를 올려야 하는 악순환 체제가 재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대기업들로 수사망을 넓혀, 수사는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 송 총장은 '기업수사의 12월말 윤곽 발표 여부'에 대해 "당초 계획은 그랬는데, 안타깝지만 시일이 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고, 안 부장도 "수사가 많이 남았다"고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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