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발생한 경북 청도군 대흥농산 화재는 용접기로 절단 작업을 하면서도 소화기 하나 갖추지 않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였다. 버섯재배사 내부는 심한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 자재에 통로도 미로처럼 돼 있어 실종자 대부분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발생 불은 이날 오후 4시50분께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똥이 피복제에 옮겨 붙으면서 강풍을 타고 천장으로 급격이 번졌다. 1,300여평 버섯재배사 내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으며, 작업 중이던 160여명의 종업원들은 유독가스와 불길을 피해 좁은 통로로 빠져 나가려고 아수라장을 이뤘다. 그러나 실종자 12명 가운데 8명인 40, 50대 여자 종업원들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는 "실종자들은 대부분 3층 버섯가공 작업실에 있던 중 소음이 심해 불이 난 것을 미처 몰랐고 밀폐 상태인 건물 내부에서 연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해 질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불이 난 버섯재배사는 보온재 등으로 가연성 물질이 많이 있지만 자동소화시설은 물론 옥내 소화전 등 소방안전 시설이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톱밥을 넣은 배양용기를 선반처럼 생긴 곳에 줄을 지어 올려놓아 통로가 마치 미로처럼 돼 있어 유사시에 무방비 상태였다. 종업원들은 "창문이 거의 없고 환풍기만 곳곳에 설치돼 있는 데다 버섯 가공과정에서 소음이 커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종자 주변 국내 최대의 팽이버섯 전문 재배농장인 대흥농산에는 대부분 청도지역 중년 여성들이 수년째 종균재배와 버섯손질 및 포장 등 잔손질이 많이 가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화재 후 대흥농산 주변에는 남편과 자식 등 가족들이 몰려와 휴대전화로 가족, 친지들과 통화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남편 김칠태(31)씨가 실종된 아내 장선미(32)씨는 "남편이 오늘 새벽 회사에 할 일이 많다며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며 "직장 일을 위해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한편 경찰은 공장 내부에서 용접작업을 한 직원 김모(31)씨 등을 상대로 원인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18일 오전 10시 화재현장에서 현장감식을 실시키로 했다.
/청도=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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